2018.11.22

포켓몬 레인저 바토나지, 아이스 x 이오리



 「레인저보다 먼저 아루미아의 성에서 푸른 돌을 찾아오라.」


 아이스는 안절부절못하며 지령을 노려보고 있었다. 잘근 씹은 입술에서 피가 날 것 같은 차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스는 모니터 하단의 시계를 보았다―곧 수업시간이다. 이오리 박사가 잠겨있지 않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아이스가 의자를 돌려 이오리를 본다.


 “오. 어서와, 이오리 박사.”


 아이스는 다리를 꼬고, 턱을 괸 채 앉아있다. 이오리가 꼬링크처럼 쫄래쫄래 다가온다. 아이스는 이오리를 향해 미소를 짓는다.


 “안녕하세요, 아이스 씨. 잘 주무셨나요?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도 성장에 있어서 공부만큼 중요하다고, 레인저 스쿨 시절 미라카도 선생님이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피곤해 보여?”

 “글쎄요?”


 아이스의 물음에, 이오리가 아이스를 뜯어본다. 듣고 보니 조금 지쳐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윤기 흐르는 머리카락과 수려한 미소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


 “…약간?”

 “하하, 그래. 그럼 바로 프로그램 얘기로 들어갈까. 수열 프로그램, 도전은 해봤는데 어떠려나.”


 아이스가 메일 창을 최소화시키고 코딩 프로그램을 켠다. 검은 화면에 형광 초록 글씨가 한 편의 시처럼 이어져있다. 이오리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글씨들을 읽어내린다. 아이스는 이오리의 집중하는 표정에 집중한다. 프로그래밍은 흥미롭지만, 아이스에게 있어서는 프로그래밍보다 이오리 박사가 더 흥미롭다.

 뭐니뭐니해도 이오리는 아이스가 처음으로 관심을 가진 타인이다.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는 일 자체가 새롭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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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4.23


 “난 너희가 네크로즈마를 버린 줄 알았는데, 이제와서 쓸 만 할 것 같으니까 다시 가져가겠다고?”

 안에 든 포켓몬을 보호하듯이, 아이가 몬스터볼을 그러쥐었다.

 이질적이고 차가운 눈매가 날카롭게 쏘아보았지만, 아이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너희한테는 이 아이가 물건으로 보이니?”

 “우리를 적대하는 이유를 모르겠군.”

 “너희가 네크로즈마를 상처입혔기 때문이야.”

 아이가 다른 한 쪽 손으로 다른 몬스터볼을 잡았다.

 “이 이상 끈질기게 군다면, 힘을 써야겠는걸.”

 “……그만두지. 승산이 없는 싸움은 하지 않겠어.”

 “머리는 잘 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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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22일


마을에서 떨어져있는 작은 항구에, 홀로 서 있는 소녀.

하나로 단정하게 묶은 금발은 바람에 나부끼고 금색의 어여쁜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쉴새없이 흐른다.

이 바다에는 예전부터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소원을 적어놓은 양피지를, 작은 유리병에 넣어서 바다에 띄워보내면, 언젠가는 소원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문득 그 전설을 생각해낸 소녀는 양피지를 꺼내들어 소원을 적어내렸다.

죄를 지은 건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대신하여 단두대에 올라가 자신의 입버릇을 말하고 그 잊을 수 없는

슬픔의 오후 3시에 목을 베인 자신의 충실한 하인, 아니 쌍둥이 형제.

언제나 그는 그 자신보다 나를 더 아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 말이 떨어지면 무릎을 꿇어주었다.

사랑했던 사람조차도 내 말이 떨어지자 자신의 손으로 죽였었다. 그 때의 그의 눈에선 눈물이 쉴새없이 떨어졌었지.

그래도 그는 항상 자신을 위해서 오후 3시만 되면 브리오슈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옷을 바꿔입고 단두대에서 대신 죽어주었었다.

다 필요없었는데, 죽어도 상관 없었는데, 그래도 그는 자기 자신을 희생하였다.

그를 위해서 양피지에 적은 소원은 간단하고도 절실했다.

양피지를 병에 넣어서 힘껏 바다로 던지자

흘러가는 작은 유리병과 그 안에 든 소원을 담은 메세지는 수평선의 저쪽으로 흘러간다.

그는 언제나 가련한 꽃과도 같았던 나를 위해서 뭐든지 해주었는데,

나는 언제나 제멋대로 널 곤란하게 했었지. 하지만 그런 마음도 전하지 못했다.

왜냐면 소원을 들어주는 그, 오후 3시 한순간에 떠나버렸으니까, 그래서 이제 없으니까.

언제나 어디서나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었는데, 소원을 이뤄주는 너, 이제 없으니까.. 그러니까..

이 바다에 나의 소원을 대신 전해달라고 부탁하는거야.

흘러가는 작은 소원은, 눈물과 조금의 리그렛(후회)을 담은 병.

흘러넘칠만큼의 감정을 담아놓은 병.

병에 담긴 감정만큼이나 금색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투명한 액체.

죄를 눈치채는건 언제나 모든게 끝난 후라고 하지.

지금서야 깨닳는 어리석고 가련한 소녀. 슬픔에 눌려 시들어버린 악의 꽃은 갈기갈기 찢어진다.

흘러가는 작은 유리병과 소원을 담은 메세지는 어느새 수평선을 넘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다.

흐르는 투명하고 따뜻한 액체는 소녀의 발 밑에 선명한 빗자국을 남긴다.

소녀는 크게 흐느끼더니 모든 것들을, 악의 딸이라도 받아 줄 듯한 넓은 바다에 몸을 던진다.

리그렛(후회)은 모두 버린 채.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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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6일

레드만 초대레드고 다른 캐릭터들은 포케스페 설정이라고 합니다...

2011년의 광기가 느껴진다



*레드 총수기를 느꼈다면 병원에 가보세요.


은빛산 춥다

추워 죽겠다

인간들은 말하지

저인간 왜 저 산에서 반팔이냐?

그건 말이다, 어느날 그린이 이런 말을 해서..-

"어이 덥지도 않냐? 반팔 좀 입어..!"

한여름때였다. 이 얘기를 들은 골드가 말했다.

"에엣 그건 한겨울이였었잖아요! 겨울엔 그런 옷차림은 안된다고요!"

골드가 온기를 나눠주고선 간다.

블루가 말했다.

"후후-그렇게 춥진 않지? 나두 뭐 이렇게 365일 민소맨데 뭐~"

... 이 말을 들은 그린이 말했지.  "너도 미친거라고 그건"

블루가 연설을 시작할 기미가 보이자 그린이 자기가 먼저 수다쟁이 여자라며 투덜거린다.

그리고 크리스는 이런다.

"으음.. 그 차림이 좋다면 뭐 강요는 안할텐데, 혹시 감기라거나 걸리면 말해주세요-

해열제라거나 감기약이라거나 챙겨올테니까-"

또 이런 착한 아이가 있나 싶으면 사파이어같은 여자도 있다.

"흥! 난 산에서 선배보다 오래 살면서 계속 365일 반팔이였다고요?"

그래서 뭐 어쩌라고. 루비는 이러지.

"사파이어 자존심 상하니까 긴팔 입어주세요"

오글거리는 커플.

또 에메랄드처럼 황당한 녀석도 다있다.

"에에???? 추운 상태에서 오래 있음 키 잘커요?!?!"

그린을 뭘로보는거니. 게다가 블루도 나보다 키 크다고?

(제 설정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버란 자식은 어떨때는 눈에 파묻어버리고 싶다. 왜냐면 걘 이러기 때문이다.

"... 그린 선배는 여지간히 레드를 안챙기나 보군."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간다. 잠깐 너 난 선배취급 안하는거?

그보다 한겨울드립 치고있던 너희들, 산 아래에선 8월 8일 한여름 아니였어?

게다가 왜 아무도 내 생일을 모르는건데?

"생일축하해, 레드. 그러니까 생일기념으로 오리털 코트하나 사갔고 왔..-"

"꺼져"

한녀석 있긴한데 그녀석은 항상 몸 따뜻하게 하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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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시기 추정 2012년 중순

고어, 료나 묘사가 주가 되는 글입니다. 열람시 주의해주세요.



 마스가 잘 갈린 고급스런 포장소재의 칼날을 내비쳤다.

 번쩍, 하고 은빛이 어둠 속에서 제 존재를 각인시켰다. 나는 여기에 있다고, 빛내며 부르짖는 창백한 날을 보며 코우키는 나름의 동질감을 느꼈다.

 하아, 후우, 하아, 후우…….

 복식으로, 코우키가 숨을 가다듬었다.

 "히카리는, 지금쯤 새턴을 격파했을 거야. 금방 여기까지 도착할걸."

 그리고 그가 가까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때마침 엄습해온 어둠에 마스를 비추던 하이라이트가 거두어져, 정말로 절묘한 섬뜩함을 연출해냈다.

 ―그러니까 그 꼬마가 오기 전까지 널 처리해야겠지♪

 웃음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흰 이가 칼날과 함께 은빛의 이중주를 연주했다.

 마스는 섬뜩한 모습 그대로 칼붙이를 들이댔다.

 목 바로 앞까지 어느샌가 위협을 가하는 날에, 생물만의 본능을 드러내며 소년의 몸에 힘이 들어갔다.

 "걸려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한순간에 소년의 손목뼈를 드러내었다. 맨정신 그대로 살을 갈라 뼈를 뽑아내었다.

 놀라울 정도로 숙련된 솜씨였다.

 밤의 검정을 가르고 멋지게 붉은 소음이 튀었다.

 압도적으로―누구네가 제일이라 주장하는 음악이나 사랑 따위보다 몇 배나 강하게―찢어드는 고통은 마음을 빼앗았다.

 두 번, 눈동자가 세게 떨렸다.

 그가 기절할 듯한 낌새를 보이자 마스가 냉수를 끼얹었다.

 ―이런 걸, '찬물 끼얹는다'고 하던가.

 저기 아줌마,

 태풍 속의 불꽃같이 웃기는 볼륨의 목소리였다.

 "뭔데."

 빠직. 그리고 콰직.

 갈비뼈 마디가 조각나는 소리였다.

 "이런 식으로 하면, 나 아마 죽을걸? 뒷처리는 고사하고, 히카리의 분노를 풀 레벨로 끌어올리고서도 너한테 승산 따위가 있을까봐?"

 빠직빠직.

 "아, 너 진짜로 오늘 죽어라. 그년이 오기 전에 시체까지 갈아버리겠어. 나, 마스한텐 깝치지 않는 게 좋아."

 글쎄, 과연 죽음이 내 적일까? 히카리한텐' 신'이 있는데 말이야.

 겨우 하찮은 인간 하나를 위해 신이 풀가동할 리도 없다는 점은 말하지 않았다.


-적절히 끝-

마스는 귀엽게 포장해도 어쨌든 잔혹합니다.

악당인걸요.



쓸 때 자각이 있었던 것 같지 않지만 '밤의 검정을 가르고 멋지게 붉은 소음이 튀었다'는 유챠P의 Blackjack이라는 노래에 나오는 가사('달밤을 가르는 붉은 노이즈')의 파쿠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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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시기 추정 2012년 중순~말

학벌과 수입에 관한 아무말이 막 써있습니다. 너무 아무말이라 어떻게 경고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사람과 관계는 변한다.

 그것이 두 여자가 서로를 대하며 당ㄹ게 된 가장 큰 것이다.

 새빨갛고 음악적이었던 여자―M.M이란 이름을 가진―는 그녀 자신만큼이나 빨갛게 불타오르는 질투심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대게, 무슨 경우애서든지, 질투하는 것은 그녀, 사랑받는 것은 크롬―잔잔하고 가련한, 하지만 기품있는 여자―이었다.

 두 여자가 처음으로 만난 것은, 악에 악으로 승부하는 그런 집단 속에서였다.

 M.M은 돈을 아주 좋아했다.

 가족이 불우했다거나, 빚에 얽매여 살았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여느 사람처럼 돈을 좋아했을 뿐이다. 그녀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점이라면, 그녀는 실제로 그 돈에 대한 욕망을 풀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리고 돈 외에도 집착이 가는 것이, 거의 없어서 그럴 뿐이지, 생긴다면 돈만큼으로 추구하는 그녀였다. 아름다운 외모, 음악, 그리고 좋아하는 남성이 그것들이었다.

 그 남성의 이름은 로쿠도 무쿠로였다.

 그것이 본명이 아닐지라도, 일단 그녀로서 알 수 있는 이름은 그것이 다였다.

 하지만 일단 로쿠도 무쿠로는 이탈리아 태생이었기에, 그녀는 일단 그것을 가명으로 간주하였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녀에게 있어선 어쨌든간 부를 수 있는 이름이었고, 그녀는 거기에 한 글자를 덧붙여 자신만의 방식으로, 애칭으로, '무쿠로쨩'이라고 부를 수도 있었다.

 일본어에서만 쓰이는 칭인 '쨩'을 붙이기에는 역시 가명이라 할지라도 일본 이름이 나았다.

 어째서 유럽계 출신인 그녀가 굳이 무쿠로의 애칭으로 일본식 칭을 붙이냐면은,

 둘―아니, 셋이 처음 만난 것이 일본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그녀와 무쿠로가 만난 것은 이탈리아의 교도서였다.

 하지만 어쨌든간에 그녀가 크롬을 만난 것으로 ,무쿠로와의 추억을 잔뜩 만든 것도 전부 일본에서이다.

 크롬은 M.M과 대조적으로 욕심이 많지는 않았따.

 물욕, 수면욕, 성욕 등등의 많고 많은 욕심이 전현 없지까지야 않았지만, 어쨌든간 M.M과 함께 보면 매우 대조적으로 보이는 타입이었다.

 그녀는 무쿠로에게 딱히 연민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저 그를 생명의 은인과 안식의 은인으로 생각할 뿐, 딱히 그보다 크게 이상은 아니였다.

 물론, 이하도 아니였다.

 그녀가 받는 것은 돈도 사랑도 아니고, 그저 곁에 있어줄 사람 몇과 내장이었다.

 모든 것의 원인이 된 검은 고양이를, 하지만 그녀는 원망하지 ㅇ낳았다.

 그렇다고 고마워하는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고야이가 아니었다면 여전히 사랑도 의리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서 자신을 보는 부모와 함께 애매하게 살아갔을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무쿠로는, 그녀에게는 그저 고마운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무쿠로는 항상 자신을 열렬히 사랑하는 M.M보다 크롬을 더 좋아했다.

 그는 사랑을 주는 쪽에게 그대로 돌려주어주는 그런 선하고 사랑스러운 타입은 아니었다.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쪽으로 끌린다고 한다; 아마 그가 보통의 남자들이 사랑스럽게 여기는 M.M보다 수척해서 거부감이 들게 하는, 조금 덜 사랑스러운 크롬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로서도 크롬을 M.M보다 좋아한다는 것일 뿐이지, 크롬을 이성으로써 깊이 사랑하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를 옛날 말들의 '사람'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지 역시 애매했다.

 그 시절 말들을 지어낸 사람들은, 같은 사람을 죽이거나 하는 그 같은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어쨌거나 M.M은 그래서 크롬을 10년동안 싫어했다.

 1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고쿠요와의 인연을 계속했고, 크롬에 대한 감정도 그대로였다.

 그래도 10년이었다.

 14년, 15년째에는 그녀 역시 마음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였다.

 15년쯤 후에도, 그녀는 여전히 고쿠요에 철썩같이 달라붙어 있었다.

 좀더 빠르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살인청부였다. 거기에 돈과 시간을 투자한 그녀가 공부를 했을 리도 없고, 그런 주제에 양지에서 돈을 벌 수 있을 리도 없었다.

 하지만 로쿠도 무쿠로, 무쿠로쨩에 대해서는……

 "M.M 언니?"

 확실히 성인 여성의, 하지만 가는 목소리가 울렸다.

 익숙한 목소리와 어깨 위의 감촉을 느낀 M.M이 뒤돌아보았다.

 "크롬 도쿠로? 오랜만이야! 그 이후로 2년이 되가나?"

 아― 하고, 크롬이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많이 갑작스럽게 그녀가 호의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었다.

 4년쯤 되는 시간동안, 그녀는 서서히 서서히 점점 더 친절한 여자로 변해갔고, 어쩐지 10년동안 단발을 유지해온 붉은빛 머리칼도 어깨를 넘어, 그리고 온른라에는 등까지 길어져 한 줄기로 묶여있었다.

 "응, 반올림해서 2년. 1년하고 7개월쯤 됐을 거라 생각해."

 크롬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뭐, 굉장히 오랜만이라 해야겠네. 무쿠로쨩은? 무쿠로쨩은 요즘 어떻게 지내?"

 "무쿠로 님께서는 10년 전이랑도 비슷하고 여전해. 여전히 마피아랑 전투 중. 이젠 내가 마피아지만, 솔직히 말해, 무쿠로 님도 결국 하시는 짓은 마피아시잖아."

 크롬이 술술 솔직한 심정을 말해내려갔다.

 그녀가 언급했던 10년 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그렇기야 하지. 내 입장에선 아무래도 좋은 거지만. 무쿠로쨩이 갑자기 마피아가 된다고 해도, 켄이나 치쿠사라면 모를까, 난 전혀 상고나 없거든. 아, 아! 그렇지, 그렇지! 중요한 걸 말하고 싶어졌는데, 차라리 커피 한 잔이라도 마시면서 얘기하는 게 낫겠다."

 그렇게 말하곤 M.M이 크롬에게 '어쩔래?' 하고 눈으로 물어보았다.

 "물론. 커피값은? 내가 내는 거야? 더치페이로 가."

 기쁘게 수락하면서도 크롬이 돈 문제를 확실히 했다.

 M.M에게 잘못 잡히면 빈털털이 되기는 순식간이라는 걸 크롬은 매우 잘 알았다.

 "에엑―?! 넌 공부도 하잖아! 네가 당연히 돈을 더 많이 받지 않아? 너무해! …… 뭐 좋아."

 M.M.이 징징대는 척을 해댔고, 크롬이 지적했다.

 "그러니까 돈이 더 없는 거라고. 학비 나가잖아. 난 무쿠로 님께 돈 받고 일하는 거 아니잖아. 그럴 계획도 없어." "음―"




이상한 데서 끊겨있지만 첨에 약간 하렘물인 척하다가 확고하게 레즈물인 게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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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작성)


[쿠로코의 정리]


쓰윽, 타카오가 지나쳤다. 그 순간 테츠야는 한 줄기의 바람이 불어옴을 느꼈다.

"타카오 씨."

"아아, 쿠로코?"

"네, 인사드리려고……."

"너도 안녕. 그럼 이만."

확연한 냉랭함에 테츠야는 조금 우울감이 들었다. 그것뿐이노라고, 테츠야가 자기 자신에게 최면을 걸었다.

테츠야는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이제 남은 것은 본전개 뿐이었다. 여기까지 왔음에도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테츠야는 또한번 흔들렸다. 두 번 다시 돌이킬 수 없게 ㅚ거나 전혀 효과가 없는 것, 둘 중 하나겠지. 여기까지 해냈는데 전부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싷다. 그렇다면 두 번 다시 돌이킬 수 없게 하는 게 목표다. 목표를 잡은 테츠야의 호흡이 흐트러졌다. 그런 거, 무서워.

"이러면 안 되지."

테츠야가 중얼거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먼저, 그에게는 정말로 아무런 폐도 주지 않는다. 말을 걸 필요도 손이 맞닿을 필요도 없는 일이니까.




이 글의 쿠로코는 무슨 계획이었던걸까요...... 뭔가 생각하고 있던 것 같은 시작인데 딱 저기까지만 써놨었네요 메모도 없이..

"쿠로코의 고뇌"(링크)"죄와 벌"(링크) → "쿠로코의 정리" 순으로 읽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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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작성.

캐릭터가 성범죄를 상상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쿠로바스/미도타카쿠로] 쿠로코의 고뇌


테츠야의 마음이 크게 들썩였다. 기뻤기 때문에 괴로웠다. 그래, 괴로웠다. 구제감, 해방감, 연심, 자괴감……. 어느 것을 믿어야 할 지가 영 석연치 않았다. 확연히, 변명감 탓이었다. 합리화도 쉽게, 이것저것 변명감이 너무 많았다. 머리가 살짝 지끈거렸다.

몸을 일으켜서, 테츠야가 유리잔에 물을 가득히 부었다. 흔들거리는 수면에 자기 자신과 그 한심함이 모조리 비쳤다. 그 반대편에는 타카오가 희미하게 비추었다. 한 모금 억지로 들이키고 나서 테츠야는 남은 물을 전부 싱크대에 부어흘렸다. 물이 아깝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그 이상으로 기분이 잡쳤다.

커튼을 열어제끼자, 별도 없는 밤하늘에 달만이 혼자만 빛을 발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테츠야가 실소를 흐렸다. 발치에서는 카가미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편안히 잠든 자신의 짗이 너무나도 부러워, 일순간 테츠야는 그 빛을 빼앗고 싶어졌다. 딱 하루만이라도, 카가미가 그림자가 되어준다면 나는 빛이 될 수 있을텐데. 하지만 전부 부지럾는 생각이다. 카가미는 빛, 나는 그림자. 지금도 앞으로도.

만약, 정말로 만약, 내가 빛이었다면? 그랬다면 인연도 조금 더 빛낼 수 있었을까? 테츠야는 자문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만약, 정말로 만약, 내가 빛이었다면? 그랬다면 타카오도 조금 더 나를 봐주었을까? 마찬가지로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어째서 타카오의 관심이 받고 싶은 걸까? 대답이 확실히 돌아왔따. 너무나도 지나치게 많은 대답의 목소리가 아우성치며 섞여서 무엇이 진심인지 분간해낼 수가 없었다. 그 사람과 있으면 웃고 싶어지고, 오랫동안 안 보면 우울해지고. 항상 있던 곳에 안 보이면 불안해지고, 그 사람이 유난히 차가운 날은 걱정과 함께 공포가 몰려오고.

―여기까지만 생각하자, 테츠야가 스스로에게 제약을 걸었다. 자신의 빛, 옛 동료들, 내 예전 빛의 얼굴을 차례로 관찰하며 애써 신경을 돌리지만, 기적의 슈터와 그 옆에 아름다운 자태로 드러누운 사람의 실루엣에 순간 심장이 멎고,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

분명 사랑―연애감정 같은 감정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소들의 부조개 불안감을 자극한다. 분명 타카오는 누구보다도 아름답다. 매끄럽게 이어지는 몸의 곡선도, 적당한 근육이 잡힌 늘씬한 몸매도, 밝디밝은 목소리의 음색도, 전부 전부 지구 제일이다. 그리고 특히 그 눈은, 그 매의 눈은 너무나 영롱한 빛을 띠었다. 자신을 보아주는 눈이다.

그런데, 그런데, 그 아름다운 자태에는 마음을 홀려도 몸이 반응하지를 않는다. 얼굴이 수줍게 빨개지지도, 심장 박동이 빨라지지도 않는다. 언제나의 침묵, 냉정을 고수하는 몸이 유독 거슬린다. 이래서야 확신이 안 서잖아,

그렇게 생각하보면, 타카오와 자신의 성별을 비교해보던 느긋한 나날들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덧없었는지를 테츠야는 깨닫는다. 어차피 그런 건 상관없다. 만일 마음의 확신히 영원히 서지 않는다면, 영원히도 생각해볼 필요가 없는 문제이다.

어느새 테츠야는 무방비하게 잠든 타카오의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얇은 면이불조차 걷어차낸 모습에 머리만은 반응한다. 이대로 이 사람을 해코지한다면 그 흥분감에는 몸도 도취하겠지만, 쿠로코 테츠야에게는 그런 용기도 어리석음도 없다. 

그러던 중 테츠야가 틈새를 포착해냈다. 타카오의 귀에 꽂힌 채 재생을 계속하는 이어폰. 청력에 안 좋다. 운동선수에게 있어서 오감의 상실은 치명적이다. 이것은 그에게 손을 대는 것에 대한 충분한 변명이 될 수 있다. 테츠야는 자신의 자기합리화 능력을 무미건조하게 칭찬해 주었다.

천천히, 테츠야가 손을 뻗어 그 가련한 양 귀에 손을 대었다. 조심스레 이어폰을 제거하는 와중에도 테츠야는 스스로의 심장 박동을 관찰했다. 반드시 오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뜨거운 가슴의 반응이 작업이 다 끝나도록 오지 않자, 테츠야는 완전히 낙심했다.

머릿속으로만큼은 비틀비틀거리며 간신히 테츠야는 스스로의 잠자리로 돌아왔다. 카가미가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나의 빛, 테츠야는 쓰게 웃으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테츠야는 그대로 카가미 위에 곯아떨어진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자제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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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시기 2012년 11월

가스라이팅이 묘사됩니다.




[미도타카쿠로] 죄와 벌 [쿠로바스]


눈물과 땀과 비는 볼에 닿는 감촉에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눈물은 덜 끈적하다. 약간의 짭짤한 흔적을 남기며 얌전하게 떨어진다. 땀, 땀. 땀은 끈적하다. 눈물보다도, 비보다도. 얽어매듯 끈적이지만 덧없게도 간단히도 흘러 사라진다. 그리고 가장 쉽게 발생하기도 한다. 가볍다. 비는 끈적거리지도 않고, 빠르게 덧없이 사라지지도 않으며, 아니면 얽으며 미련히 미끄러지지도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그래, 얌전하다까. 끈적이지도 않고 융통성있게 떨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제서야 끈적이기 시작한다. 뒤늦게야 끈적거리기 시작하는 비겁한 비는 얌전할까.

테츠야는 이내 생각을 접었다. 생각이 본론에서부터 너무나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내 볼에 닿고 있는 불쾌한 감촉은 무엇일까? 아마 비겠지. 그는 결론을 냈다.

"좋아해요."

테츠야는 말했다. 언제나와 같이 간략히, 언제나와 다르게 열정적으로. 그의 얼굴에 짙은 홍조가 번졌다. 양 볼, 콧잔등, 그리고 귀끝까지 새빨개졌다. 흰 피부라서 더더욱 확연히 달아올랐다. 그리고 어둑한 도시 배경은 훌륭한 대빟과를 내며 희고 붉은 테츠야를 더더욱 강조시켰다.

그리고 타카오는 우었다. 헉, 테츠야가 너무나도 야릇하게 짧은 숨을 들이켰다. 이 웃음은 무슨 뜻일까? 그가 좋아하는 카드게임에 비유해보자. 딱 맞아떨어지는 에이스? 아니면 만능의 조커? 아니면, 그것도 아니라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하트 3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는 포커페이스? 설마, 최악의 카드는 아니겠지. 제발, 당신이 최악의 카드를 뽑은 거라면 부디 그 자욱한 가면을 벗고 솔직한 심정을 보여줘. 그래, 그는 웃었어. 그 웃음이 가면, 포커페이스일 리 없지. 그건 너무 잔혹하니까.

"거짓말."

타카오는 더없이 밝게 말했지만, 테츠야의 심장은 두근두근 뛰는 그대로 철렁 내려앉았다. 너무, 잔혹하잖아. 일순간 테츠야는 심장이 멎는 느낌을 체감했다. 바로 다음 순간엔 다시 두근두근, 지나칠 정도로, 터지도록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지만, 그 쇼크는 그 뇟속에서 사라지질 못했다. 너무 너무 잔혹하고 아픈 말이잖아. 하다못해 친절하게 해석이라도 해줘. 나는, 나는. 나는 그 상냥함만으로 만족해줄 수도 있어.

"쿠로코가 지금 진심이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말야, 본심은 어떨까? 지금 너의 진심과 너의 본심이 같다고 너는 확신할 수 있니?"

타카오는 테츠야의 간청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테츠야는 다시 미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첫째, 불과 몇 조 전에 스스로에게 약속한 것이 땀방울보다도 덧없이 흩어지려 하고 있었다. 그런 상냥함으로 도저히 만족할 수가 없었다. 좀 더, 조금 더, 훨씬 더 상냥하게 대해줬으면 좋겠다. 당신은 원래 상냥한 사람이잖아,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수요는 갈수록 심하게만 아우성쳤다.

그리고 둘째는, 테츠야가 소리내어 표현했다.

"어째서 네가 의심하나요? 그런 의심은, 제가…, 제가…! 제가,"

심장 박동이 빨라짐과 함께 테츠야가 이성을 쥐었다 폈다. 제아무리 쿠로코 테츠야라곤 해도 도저히 그 충격에는 이길 수가 없었다. 떨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테츠야는 간신히 말을 이었다.

"저는 충분히 저 자신을 잃어가며 의심해왔습니다. 지금 이 순간까지, 스스로를 의심하고 의심하고 좇으며 흘려버리고 잃어버렸습니다. 그런 끝에 나 스스로가 거의 지워졌을 때에야 갈취해낸 해답으로…, 이렇게…,"

이번에 흐르는 것은 눈물이라고 ,테츠야는 단번에 알아챘다. 얌전하게 떨어지면서도 뜨겁다, 데일 것처럼 뜨겁다.

"아아, 안타깝네. 오답이야. 나는 너같은 경험을 못 해봐서, 네 기분은 솔직히 잘 몰라. 내가 아,"

"틀립니다, 저는,"

"아무리 설명해도 넌 납득하지 못할 거라고. 봐, 내 말 틀렸나? 넌 아무리 해도 납득하지 않을 거니까, 난 깔끔하게 내 말만 하겠다고. 그래, 미안하지만, 간단히 말해서,

"거절이야."

타카오는 자기 자신이 비쳐보이는 테츠야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거침없이 말했다. 치밀어오르는 구토감을 애써 달래며, 테츠야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좋아요.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네 말을 인정하겠습니다."

"그런 걸 두고 납득하지 못한다고 하는 거야."

타카오가 손을 뻗어, 매우 정교하지만 무척이나 아름다운 검지손가락으로 꾸욱, 테츠야의 콧잔등을 눌렀다.

그 순간 테츠야는 자신의 심장이 한순간에 얼어붙은 건지 녹아버린 건지 깨져버린 건지 판단해내지 못했다. 단지 테츠야가 아는 것은 그의 따스한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닿아있었다는 것이다. 당장이라도 스러질 듯한 아슬아슬한 아득함 속에서 허우적거리듯, 테츠야는 말했다.

"적어도, '어차피'로 생략한 네 견해를……"

테츠야가 말을 멈추었다. 상냥하게 해다라고 부탁해야 할까. 상냥하게, 상냥하게 해주세요. 말하면 역시 안 되나?"

"알았어, 알았다구."

싸늘한 표정에 테츠야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역시 상냥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어야 했어.


테츠야는 조용히 아이스바를 핥았다. 당신은 무슨 말을 할까? 나는 이번에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정말로 납득할 수 있을까? 아니면…, 또 자기합리화?

"너부터 설명해봐."

"네?" (이때 테츠야는 자신의 무지함을 저주했다.)

"뭘 근거로 결론을 내렸으며, 결론을 내리게 된 계기?"

헉, 테츠야는 두 번째로 크게 공기를 마셨다.

"너무나도, 두근거렸습니다. 저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주신 순간에는 마치…. 구제 받는 느낌이어서. 저는 말로 표현하는 것도 서툴고… 그렇다고 존재 자체로 표현할 수도 없어서……. 아무것도 전하지 못하고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못한 채 혼자 사는 게 익숙해져서… 그런데도, 저를…, 알아차린 사람이 있어서 너무나도 기쁨과 동시에 두근거려서."

말에 말을 거듭할수록 테츠야의 눈동자는 크게 흔들렸다.

"그 설레임의 정체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본 결과로…, 저는……."

토해내듯이 나온 말에, 타카오는 아무런 동정도 공감도 해줄 수 없었다.

"그래, 그게 틀렸다는 거야. 동정과 동질감의 뽕짝은, 절대 연심과는 다르지. 그리고, 나는…, 여자를 좋아해."

그리고 만약에 만약으로 남자와 사귀라면 그이는,

……미도리마. 사랑해야 할 우리의 캡틴이다.

"죄송합니다."

거짓말을, 자기합리화를 해서, 당신을 상처입혀서, 신경쓰이게 해서, 바보같은 생각을 해서, 당신과 만나버려서.


* * *


리어카에 타는 것은 러키아이템을 손에 지닌 미도리마, 웃으며 불평하며 끄는 것은 타카오.

지켜보는 것은 그림자. 그걸로 아마 족했다.




대체 무슨일로 글을 이렇게 매운맛으로 쓴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

혹시나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눈치채셨겠지만 타카오의 취미는 그 카드게임이 아니라 '트레이딩' 카드게임입니다... 딱 맞아떨어지는 나락의 함정 속으로? 아니면 만능의 강제탈출장치?

작성시기 추정 2011년 말~2012년 초

가벼운 데이트폭력 묘사가 있습니다


[와타옐로] 비오는 날의 별과 용


오랜 고향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넓고 넓은 숲이다, 토키와 숲은. 그런 이유로 비는 미친 듯이 우수수 떨어졌지만 나는 별 수 없이 비를 흠뻑 맞으며 숲을 방황했다. 주변에는 길을 물을 포켓몬도 없어서 더욱 난감했다. 결국 나무 아래서 그나마 비를 피하며 주저앉았는데, 웬 날개가 비를 완전히 막아주었다. 날개는 주황과 하늘색의 날개……. 망나…뇽? 하지만 이 일대의 망나뇽 트레이너는…… 와타루!

"아……!"

숨을 뱉자 와타루가 그제야 모습을 드러내며 한쪽 무릎을 꿇어 앉았다.

"놀라 보이네?"

그 재수없는 웃음을 띄며 그가 말했다. 분명히 보기 싫기는 했는데 어째서인지 눈물이 차올랐다. 눈물과 비가 함께 구별하 수 없게 되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가 다가왔다. 싫긴 싫은데 거리가 좁혀지려 하자 괜히 심장이 뛰었다. 그는 갑자기 내 손을 잡았다.

"가야지? 감기 걸린다? 뭐 그럼 나야 좋지만."

그 날 그는 숲 밖으로 날 도와준 후 사라져버렸다.

하고 싶었던 말은 많았는데……, 결국 아무 말도 못하고 끝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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