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시기 추정 2012년 중순

고어, 료나 묘사가 주가 되는 글입니다. 열람시 주의해주세요.



 마스가 잘 갈린 고급스런 포장소재의 칼날을 내비쳤다.

 번쩍, 하고 은빛이 어둠 속에서 제 존재를 각인시켰다. 나는 여기에 있다고, 빛내며 부르짖는 창백한 날을 보며 코우키는 나름의 동질감을 느꼈다.

 하아, 후우, 하아, 후우…….

 복식으로, 코우키가 숨을 가다듬었다.

 "히카리는, 지금쯤 새턴을 격파했을 거야. 금방 여기까지 도착할걸."

 그리고 그가 가까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때마침 엄습해온 어둠에 마스를 비추던 하이라이트가 거두어져, 정말로 절묘한 섬뜩함을 연출해냈다.

 ―그러니까 그 꼬마가 오기 전까지 널 처리해야겠지♪

 웃음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흰 이가 칼날과 함께 은빛의 이중주를 연주했다.

 마스는 섬뜩한 모습 그대로 칼붙이를 들이댔다.

 목 바로 앞까지 어느샌가 위협을 가하는 날에, 생물만의 본능을 드러내며 소년의 몸에 힘이 들어갔다.

 "걸려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한순간에 소년의 손목뼈를 드러내었다. 맨정신 그대로 살을 갈라 뼈를 뽑아내었다.

 놀라울 정도로 숙련된 솜씨였다.

 밤의 검정을 가르고 멋지게 붉은 소음이 튀었다.

 압도적으로―누구네가 제일이라 주장하는 음악이나 사랑 따위보다 몇 배나 강하게―찢어드는 고통은 마음을 빼앗았다.

 두 번, 눈동자가 세게 떨렸다.

 그가 기절할 듯한 낌새를 보이자 마스가 냉수를 끼얹었다.

 ―이런 걸, '찬물 끼얹는다'고 하던가.

 저기 아줌마,

 태풍 속의 불꽃같이 웃기는 볼륨의 목소리였다.

 "뭔데."

 빠직. 그리고 콰직.

 갈비뼈 마디가 조각나는 소리였다.

 "이런 식으로 하면, 나 아마 죽을걸? 뒷처리는 고사하고, 히카리의 분노를 풀 레벨로 끌어올리고서도 너한테 승산 따위가 있을까봐?"

 빠직빠직.

 "아, 너 진짜로 오늘 죽어라. 그년이 오기 전에 시체까지 갈아버리겠어. 나, 마스한텐 깝치지 않는 게 좋아."

 글쎄, 과연 죽음이 내 적일까? 히카리한텐' 신'이 있는데 말이야.

 겨우 하찮은 인간 하나를 위해 신이 풀가동할 리도 없다는 점은 말하지 않았다.


-적절히 끝-

마스는 귀엽게 포장해도 어쨌든 잔혹합니다.

악당인걸요.



쓸 때 자각이 있었던 것 같지 않지만 '밤의 검정을 가르고 멋지게 붉은 소음이 튀었다'는 유챠P의 Blackjack이라는 노래에 나오는 가사('달밤을 가르는 붉은 노이즈')의 파쿠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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