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2. 26


우는 아이에게는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주신대.


 소년 시절의 레이지에게는 고맙게도, 신지는 어려서부터 좀처럼 울지 않는 아이로 자랐다. 돌이켜보면 레이지가 신지에게 가르친 것이었다― 남자가, 울면 얕보이니까, 크리스마스에는, 아무튼 어떤 이유로든, ‘울면 안 돼.’


 포켓몬을 모으고, 배틀을 하고, 짐뱃지를 모으는 일로 바빴던 시절이었지만 레이지는 항상 기념일에는 쉬도록 일정을 조정했다. 신지의 생일, 자신의 생일, 크리스마스와 새해. 신지가 외롭지 않도록, 사람의 온기를 그리워하지 않도록.


 모텔 방에 작은 트리를 갖다 놓고, 전구를 둘러놓고, 촛불을 켜두었다. 라디오를 틀면 캐롤이 흘러나왔다. 식탁에서 신지와 함께 케이크를 잘랐다. 크리스마스 이브.

 이튿날 아침에 신지가 깨어나면 발견할 수 있도록, 베개 옆에 선물을 가져다 두었다. 울지 않은 신지에게.


 언제부터 동생과 단둘이서 덩그러니 세상에 던져진 걸까. 포켓몬과 더불어 사는 세상의 고질적인 문제는 사람이 너무나 쉽게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가족이라고 부를만한 인간들이 어느 날엔가 돌아오지 않게 되었을 때, 레이지도 신지도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아, 이제부터는 혼자구나. 그런 생각을, 창밖에 쏟아지는 눈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레이지는 회상한다. 신지도 울지 않았다.

 신지가 울었다면 어떻게 했으면 좋았을지, 레이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지.


 “울고 싶을 땐 울어도 돼.”

 

 눈처럼 하얀 생크림으로 덮인 초콜릿 케이크를 자르던 레이지가 문득 말한다.


 이제 울기에는 너무 많이 커버린 것 같은 신지가 레이지를 올려다본다. 양초의 불이 흔들린다. 레이지를 마주 보고, 신지는 살짝 웃는다.


 “그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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