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3)


 봄이 왔다.


 기분이 나쁘다.


 효우타는 나무에 매달린 벚꽃을 보며 생각했다. 작은 분홍색 꽃 중 대부분은 아직 덜 피어난 모습이다. 저 꽃들은 이윽고 활짝 피어나고 비처럼 후두둑 떨어질 것이다. 아름답다고 깨달은 순간에는 이미 남아있지도 않을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죽어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나타네가 들으면 너는 참 이상한 생각을 한다고 깔깔 웃을 생각이었다.


 그 모습을 상상하자 효우타는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효우타는 나뭇가지에 손을 뻗어, 가는 꽃줄기를 잡았다. 아직 싱싱한 꽃이었다. 벚꽃을 꺾어, 주머니에 넣었다.




* * *




 봄이 완연한 쿠로가네시티는, 지하에 있는 탄갱까지도 에너지로 가득한 것 같았다.


 그렇지만 효우타를 반기는 작업원 일동의 웃음은 언제나 따뜻했기에, 효우타는 겨울의 추위에 불평한 적이 없었다.




 “좋아요, 오늘도 힘내봅시다!”


 “오우!”




 매일 작업은 단순했다. 망치로 벽의 가장 겉면을 부수고, 무언가를 발견하면 곡괭이로 조심히 꺼낸다. 웬만해서는 자질구레한 보석이나 조각 따위가 나왔지만, 가끔 화석을 캐낼 수 있었다. 팀의 주요 목적은 그 화석을 캐내는 데에 있었다. 단순한 작업이었기에, 리더라고는 해도 효우타의 작업 방식도 다른 동료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장갑을 낀 손으로 벽을 더듬으면 어떤 에너지가 전해져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에너지의 원천을 찾아내듯이 더듬다 보면 무언가가 묻혀있는 위치를 특정해낼 수 있었다.




 '벽에 손을 대면, 어딘가에 묻혀있는 화석이 말을 걸어올 거야. 나는 여기에 있어, 라고.'


 '하하, 그것참 추상적인 조언이네요, 리더.'


 '아하하, 그런가?'




 아마 실제로는 조금 더 과학적인 노하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탄갱에서 긴 나날을 일한 효우타는 머리가 아닌 몸의 감각으로 화석을 찾는 법을 익히고 있었다.


 벽을 더듬던 효우타가 멈추어 서 망치를 꺼냈다. 팔에 반동이 오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벽을 두드려서 겉의 벽을 깨자 어떤 물체의 끄트머리가 나타났다. 아마 조각 같았다. 곡괭이로 벽 표면을 조금 더 걷어내 주자, 예상대로 파란 조각이 모습을 나타냈다. 굳이 조각을 캐내느라 벽의 안정성을 떨어트리고 싶지 않다고 판단한 효우타는 캐던 곳을 버리고 근처의 벽을 더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화석이다.


 그렇게 생각했고, 캐내자 역시나 화석이었다. 효우타는 작은 화석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고개를 돌려가며 다양한 각도에서 뜯어보았다.


 화석임에도 유려한 곡선, 그리고 가늘어지는 모양새―뿌리화석이었다.


 박물관에서 복원이 가능한 종류 중 하나이다.




* * *




 탄갱 박물관으로 향하는 효우타는 늘 같은 고민을 했다―


 '화석을 되살리는 게 괜찮은 걸까?'


 207번도로의 벚나무에서 떨어진 꽃잎이 쿠로가네시티의 북부까지 날려오고 있었다. 효우타는 초봄의 자신이 꽃을 보며 살아있는 것을 폄하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렇지만 화석을 복원시키는 일이 어쩌면 화석의 존엄을 훼손하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것 따위, 처음 즈가이도스를 부활시킬 때부터 깨닫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그런데도 오늘날까지 후회는 하지 않았다. 결정에 있어서 두개의화석의 동의 따위 없었지만, 그럼에도 즈가이도스가 부활한 그 날부터 오늘까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유대감을 쌓아왔기 때문이었다.


 복원된 화석 포켓몬이 누군가를 만나서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러기 위해서 화석이 인간의 곁으로 찾아오는 것이라고 한다면.




* * *




 효우타는 신오우의 시공 신화에 관하여 몇백 페이지가 빼곡히 적혀있는 두꺼운 책을 책꽂이에서 꺼냈다.


 책장을 적당히 넘기자, 페이지 사이에 끼워둔 작은 꽃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바짝 눌린 채 말라버린 꽃은 색은 조금 바랬어도 초봄에 본 어여쁜 모양새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효우타는 꽃이 바스러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주웠다.




 "이 녀석의 화석을 보자마자 나타네 네가 생각나서, 복원시켜버렸어."


 효우타가 나타네에게 몬스터볼을 내밀었다.


 나타네가 고개를 갸웃, 하며―머리카락이 같이 찰랑, 흔들렸다―효우타로부터 몬스터볼을 건네어 받았다.


 "풀 포켓몬?"


 "꺼내봐."


 "좋아, 나와봐!"


 나타네가 역동적인 자세로 몬스터볼을 던지자, 붉은 빛에 감싸여서 포켓몬이 모습을 드러냈다.


 포켓몬을 확인한 나타네는 환해진 눈빛으로, 달려들어 새 동료를 껴안았다.


 "꺄아, 리리라다!"


 갑자기 껴안아진 리리라는 약간 당황한 듯, 약간 부끄러운 듯, 그러나 싫지는 않은 듯 촉수를 꼼지락거렸다. 옷 너머로 닿아오는 바다나리 포켓몬의 서늘한 체온이, 나타네는 썩 사랑스러웠다.


 "약간 미끌미끌해! 게다가 이 윤기 흐르는 피부! 그리고 딱 시원한 온도! 이 리리라, 무척 건강한 아이 같아! 너무 좋아!"


 행복해하는 나타네의 모습에, 효우타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리리라도 새 트레이너를 만나게 되어 기쁜 듯했다.


 "고마워, 효우타, 소중하게 키울게!"


 리리라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반쯤 파묻은 채 나타네가 생긋 웃었다.


 뿌듯해하며 효우타가 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자, 선물하려고 가져온 압화가 손끝에서 부서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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