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31

 호쿠라니 천문대는 유동인구가 적다. 마마네가 캡틴이 되어 천문대에서 시련을 운영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순례자들이 종종 찾아오기 시작했지만 알로라의 섬 순례자라는 것도 원래부터 많은 수는 아니었다. 더구나 호쿠라니산은 너무 높은 곳에 있었다. 계절의 변화조차 크게 느껴지지 않는 천문대에서 멀레인은 은신하듯 조용히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었다. 검은 하늘에 박제된 듯 움직이지 않는 별들. 그 멈춘 시간 속에서, 기억은 닫아둔 채로.

 좋은 기억만 있었다. 그 사실이 멀레인을 괴롭게 했다. 추억의 온도는 따뜻했고, 환하게 비추는 동료가 있었다. 꼭 하우올리의 바다 같다. 둘이서 걸으면 발자국도 두 쌍씩 찍히던 모래사장. 서로로부터 몇 걸음 떨어져서 배틀을 했었다. 모래라는 환경이 강철 타입 트레이너인 멀레인에게 유리했지만 내리쬐는 해가 불꽃의 힘을 강하게 했다. 아슬아슬하게 졌던 것 같다. 그래도 행복했다. 따갑도록 눈부셨던 태양, 그리고 너.

 강철에는 녹는점이 있다. 그래서 멀레인은 닫아야만 했다. 공간을 연구하는 버넷은 아름다운 여자였다. 무중력공간 같은 기억 속에서 추억의 파편이 떠다닌다. 사실 멀레인은 PC 관리자 같은 일은 버넷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믿었다. 처음 포켓몬 PC 시스템을 접했을 때는 시스템을 공부하느라 그녀와 함께 며칠밤을 꼬박 지새웠다. 피로한 밤에도 빛나는 은화 같았던 눈, 종소리처럼 맑았던 웃음소리. 그것은 그를 닮아있었다. 그래서 공간연구소에 초대받았을 때, 멀레인은 답장을 할 수 없었다. 차라리 사람에게서 떨어져 별에 가까워지는 것을 택했다.

 호쿠라니큰산은 공기가 맑고 하늘이 가까워 별이 밝았다. 멀레인은 유래 없이 건강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 녹을 일도 없겠지. 기억에 자물쇠를 걸면 강철처럼 단단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행복하지 않지만 평온해. 하지만 아고지무시에게 먹이를 줄 때 본 석양이 너처럼 장엄하고 따스해서 네가 보고 싶었어. 너를 비추는 항성이 되고 싶다. 너는 비추어지는 줄도 모르겠지. 녹은 강철도 다시 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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