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 1)

제목은 平沢進 - 夢みる機械에서... 그런데 내용이랑은 아마 별로 관련 없음. 강압적 포켓몬→인간 성적 접촉 묘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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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레인은 혼란스럽게 눈앞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시로데스나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노란 눈은 번뜩이며 강렬한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으며, 새카만 입은 꿀렁거리며 모양을 바꾸고 있었다. 시로데스나의 표정은 읽기 어려웠지만, 본능적으로 멀레인은 자신이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알 수 없는 것은 어째서 이런 상황에 처한 것인지였다. 분명 자신은 언제나와 같이 천문대에서 하루분의 일을 마치고 마마네와 게임을 하다가 잠들었을 터……

 갑자기 입을 크게 벌린 시로데스나가 멀레인을 집어삼킴에 따라 동시에 멀레인의 생각이 끊겼다. 눈앞이 깜깜해진 멀레인은 반사적으로 팔을 휘둘렀다. 몸부림치자, 더 많은 양의 모래가 얼굴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질식사라도 시키려는 듯, 한알 한알에 의지가 있다고 알려진 모래가 안경 속으로, 입안으로 들어왔다. 모래가 묻은 손으로 눈을 비벼보아도 나아지지 않았고, 기침을 해도 숨을 들이켜려 하자 코와 입안으로 다시 모래가 들어찼다. 멀레인은 의식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필사적으로 사지를 휘두르며 상체를 뻗자, 멀레인은 겨우 시로데스나의 몸통 밖으로 고개를 뺄 수 있었다.

 멀레인은 급하게 숨을 골랐다. 콧속에 남아있던 모래도 같이 몸 안으로 넘어왔지만 그런 사소한 불편은 상관도 없을 정도로, 신선한 해안의 공기가 폐부에 들어차는 감각은 감격적이었다.

 호흡에 집중하던 멀레인의 집중을 돌린 것은, 아직 시로데스나의 체내에서 벗어나지 못한 몸에 들어오기 시작한 모래였다. 모래는 갑자기 멀레인의 옷 속으로 폭포처럼 급하게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소매를 통해 셔츠 안으로, 바지의 남는 통 속으로. 조금 축축하면서도 까끌까끌한 모래가 멀레인의 맨피부에 밀착했다. 집요한 움직임으로, 습한 모래가 인간 신체의 가장 민감한 곳들을 덮어왔다. 어느새 성기를 감싼 한 층의 모래가 피부에 조여오자, 멀레인이 크게 움찔했다. 시로데스나는 먹잇감이 약해진 틈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다시 멀레인의 머리를 삼켰다. 모래가 호흡기를 채웠고, 의사와는 관계가 없는 성적 쾌감과 함께 호흡곤란이 멀레인의 시야와 의식을 흐렸다.


 멀레인이 눈을 떴다.

 꿈의 여파로 거칠게 호흡하며, 시야를 가린 물건을 자유로운 팔로 떼어냈다.

 떼어낸 물건을 보자, 안경을 쓰지 않은 저시력의 눈으로는 흐릿하게 보이기는 했지만, 눈 위에 씌우는 방식으로 장착할 수 있게 되어있는 가상현실 계열의 장치로 보이는 기기임을 판단할 수 있었다.

 "……."

 멀레인은 우선 기계를 적당히 내려놓고, 소파의 팔받침에 올려둔 안경을 집었다.

 안경을 쓰자 시야가 한층 맑아지며, 정신도 들었다.

 마마네가 지켜보고 있었다.

 "……마-군?"

 "마-상, 괜찮아?"

 "……조금 악몽을 꿨을 뿐이야. 괜찮아." 미약하게 웃었다.

 마마네는 웃지 않았다.

 잠들어있는 동안 꼴사나운 모습이라도 보인 탓에 사촌이 안심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한 멀레인은 좀 더 힘을 줘서 미소지었다.

 "정말로 괜찮으니까, 마-군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정말?"

 "응, 정말이야. 자, 약속."

 멀레인이 새끼손가락을 내밀자, 마마네는 쭈뼛거리며 약속을 받아들였다. 새끼손가락을 꼬옥 걸고 두 번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멀레인이 아까 내려두었던 기계를 꺼내어 들며 물었다.

 "마-군, 이건 뭐니?"

 마마네가 씌운 것을 상정하고 말하는 투였기에, 마마네는 발뺌할 타이밍을 잃었다.

 "……내가 개발한 새 머신이야."

 마마네는 차라리 웃었다.

 "이번엔 어떤 머신?"

 멀레인은 아플 만큼 기대를 담은 순진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잇슈지방의 마코모 박사가 개발한 포켓몬 드림 월드를 모티브로 만들어봤어. 좀 더 가볍게…… 요약해서 말하자면, 그, 꿈을 조종…… 하는…… 세부조정, 은 무리지만, 그……"

 "꿈을 조종하는?"

 마마네는 한계에 달했다. 멀레인이 옳은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는 사실은 틀림없었지만, 추리 과정이 고통스럽게 길어지고 있었다. 그 시간을 버텨내는 고문을 버텨낼 수 없었기에, 마마네는 빠르게 자백하는 길을 택했다.

 "……마-상, 꿈은 어땠어?"

 "응, 내 꿈?"

 멀레인이 머뭇거리기에, 마마네는 그의 고민을 덜어주기로 했다.

 "내용은, ……알고 있으니까."

 멀레인의 표정이 흔들렸다. 마마네는 시선을 피했다. 바닥을 보며, 마마네는 내뱉듯 재촉했다.

 "어땠어."

 "……."

 멀레인이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왜 그랬니."

 말은 사형 선고처럼 떨어졌다.

 "……모르겠어."

 "……."

 침묵이 이어졌고, 마마네의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모르겠어, 난. 들키지, 않을, 리도, 없는데."

 마마네가 눈을 가렸다.

 "나, 갑자기……. 그런데, 한 번, 씌우면, 잠이 깨기 전에 장치를 제거하는 건, 위험, 할지도 모르니까……"

 마마네가 팔에 파묻은 머리를 가로저었다.

 "마-상은, 나한테, 소중한데, 소중한데……"

 훌쩍이기를 계속하자, 멀레인이 다가와 얇은 팔로 끌어안아 왔다.

 마마네는 그 품속에 몸을 맡겼다. 멀레인의 감촉이 몸을 감싸왔다. 그것이 마마네를 두렵게 했지만, 마마네는 끝내 벗어나지 않았다. 멀레인 앞에서 마마네는 한없이 더 작아졌다. 마마네는 작아져서 사라지기 전에 욕망을 벗는 기계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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