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11)

1.

쿠죠 키리야는 멀지 않은 거리에서 자판을 두드리는 단 쿠로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겉모습은 같다고 해야 할까. 단 쿠로토의 생김새가 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보기에도 달라 보였다. 아마 얼굴이 제일 달랐다. 키리야는 단 쿠로토의 단정한 영업용 미소와 퍽 차가운 표정과 잔악한 표정을 차례로 떠올렸다. 아직도 자신에게 익숙한―익숙한? 낙인처럼 깊고 뜨겁게, 아프게 새겨진―단 쿠로토란 그런 모습이다.

'신 단 쿠로토다!'

호기롭게 말하는 쿠로토는 반쯤 그르렁거리는 목소리였다. 처음 들었을 땐 무슨 어불성설인가 싶었다만, 이제는 고개를 끄떡이게 되었다. '그래, 신 단 쿠로토지.' 이렇게 가까이에 앉아있는데도 흠씬 패주지 않고도 배길 수 있는 이유는 역시 그가 신 단쿠로토이기 때문이다. 질리는 단정함도 쓰라린 차가움도 두려운 잔악함도 가지고 있지 않는, 사장도 사람도 아닌 단 쿠로토.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과 가장 비슷한 존재. 그렇다면 동료인가. 단 쿠로토라면 말도 안 된다고, 자신보다 자신을 죽인 살인귀를 택하는 것이냐고 젊은 연수의를 몰아붙였던 말도 반쯤은 진담이었지만, 하지만 신 단 쿠로토라면.

그래봐야 단 쿠로토. 어떨 땐 웃기지도 않는다고 생각되었지만,

또 어떨 땐.

"쿠죠 키리야."

"어?"

"새 가샤트다. 테스트 플레이, 해보겠나?"

쿠죠 키리야는 눈을 깜빡였다. 두랄루민 케이스를 든 단정한 모습이 떠오른다. 하얀 가샤트.

"......너."

"과거를 떠올리는가?"

"그야―"

"내 재능을 첫번째로 체험할 기회였건만, 어리석은 것."

단 쿠로토는 일그러짐에 가까운 웃음을 지었다. 키리야는 심한 위화감을 느꼈다.

'배려 없는 남자.'

쿠죠 키리야는 의자를 돌렸다.


2.

"어이, 겐무."

"뭐지?"

귀찮은 내색을 숨기지도 않고 단 쿠로토는 날을 세운 대답을 했다.

"너, 라이더가 아닐 때도 죽으면 부활해?"

"재밌는 질문을 하는군. 암살이라도 할 셈인가?"

쿠로토는 머그잔을 들었다.

"아니아니, 그런데 듣고 보니 그것도 재밌겠네."

김이 나지 않는 커피는 아마 식은 지 오래일 것이다. 키리야는 잔을 곁눈질했다. 커피에 독을 타고…… 감찰의로서 종종, 아주 가끔 보아왔던 일이다. 드라마나 추리 소설에서는 더 자주 나오는 이야기였다.

"복수하려고 해도 허사다. 너 정도가 나 같은 천재를 죽일 수 있을 리 없으니."

키리야의 눈길을 눈치챈 단 쿠로토가 단숨에 남은 커피를 들이켰다. 두려울 것 없다는 듯이. 키리야는 코웃음쳤다. 쿠로토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는 이미 죽었어."

일어서, 팔을 들며, 주먹을 쥐며, 열정적으로 계속했다.

"나는 단 쿠로토가 아니다, 신 단 쿠로토다!"

"물론 그러시겠지……."

"게다가 신 단 쿠로토란, 사실은 줄임말이지―나는 컨티뉴할 때마다 새로이 태어나는, 새로이 진화하는! 신, 신, 신, 신, 신 단 쿠로토다!"

쿠죠 키리야는 등받이에 등을 푹 파묻듯이 기대었다. 장관이었다. 하지만 어느 연수의의 신념을 떠올렸다. '의사는 하나뿐인 생명을 구하는 직업이에요.'

죽었다 깨어난 청년 쿠죠 키리야는 천천히 고개를 끄떡이며 연수의의 신념에 마음으로 동의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신 단 쿠로토의 연설을 마저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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