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4. 10)

 어둠의 황제와 토큐 1호의 결혼식 날짜가 나왔다.

 새도우 라인에서 모든 것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늘 네로 남작이었다. 황제의 결혼식도 예외는 아니었다. 처음 하는 일은 아니었다―이 결혼은, 굳이 말하자면 재혼이었다. 이혼 절차를 책임진 것도 물론 네로 남작이었다. 마담 노아가 그렇게 기를 써가며 결혼시켜 놓았건만 황제와 그릿타 양의 이혼은 결혼보다 배는 쉽게 이루어졌다. 그릿타는 상냥한 성질로 황제를 보살피기는 했지만 부부가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의외였던 것은 황제의 재혼 선언이었다.

 황제의 재혼 상대로서 저승에 내려온 페르세포네처럼 토큐 1호가 작은 발로 아장아장 지하로 내려왔을 때 네로는 웃었다. 재미있거나 우스워서 웃은 것이 아닌 당혹의 웃음이었다.

그러나 황제의 의지에 이견을 제시하는 일이란 있을 수 없었다. 남작은 신속하게 황제가 신경 쓰지 않는, 그러나 필요한 서류들을 작성해 내려갔고 본식 날짜는 일요일로 결정되었다. 일주일 중 어둠의 힘이 가장 약해지는 일요일을 남작은 가능한 피하고 싶었으나 레인보우 라인의 강력한 주장과 황제의 '상관없다'는 한 마디 앞에서 타협은 강요되었다.

 모든 사전절차를 끝냈을 무렵의 네로 남작은 무척이나 지쳤기에 본식의 진행은 모르크 후작에게 맡기는 것으로 하였다. 남작의 수고를 익히 알고 있는 후작은 흔쾌히 일을 맡아주었다.

그리하여 일요일 저녁 (일요일을 허락하는 대신 시간대는 해 질 녘 이후로―가 네로가 밀어붙인 협상 조건이었다), 모든 새도우와 모든 레인보우는 스바루가하마로 모여들었다. 황제의 요구와 마찬가지인 토큐 1호 라이토의 요구로 결혼식장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커다란 나무 아래로 결정되었다. 그 장소는 섀도우 캐슬 바로 위에 있는 위치이기도 했기에 지상이었음에도 남작은 크게 반발하지 않고 허락했다. 나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나무 바로 아래의 땅을 딛고 황제와 토큐 1호가 마주 보며 서 있었다. 모르크 후작이 그 앞에서 미사를 집전했고 몇 보 물러난 지점에서부터 다른 모든 섀도우와 레인보우와 인간이 섰다. 남작은 그중에서는 맨 앞줄에 섰다. 그릿타 양과 다른 토큐쟈 멤버들과 스즈키 라이토의 가족과 같은 줄이었다. 스즈키 라이토의 모친은 웃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문득 네로 남작은 눈앞의 라이토만을 응시하는 황제에게 있어 자신은 결혼식장 자리를 가득히 채운 어둠의 무리 속의 어둠 하나에 지나지 않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별할 것 없는 존재라는 사실이 처음으로 슬퍼서, 슬퍼서 네로는 울었다. 소리 없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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