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15)

"바스코. 마벨러스가 무척 마음에 든 것 같군."

 팔짱을 끼고 말하는 아카레드의 표정을 언제나처럼 헬멧 뒤에 가려 보이지 않았으나 바스코는 그가 웃고 있음을 짐작했다. 그의 평가에 바스코는 흥, 하고 작게 콧방귀를 뀌었다. 대답하는 바스코의 목소리는 콧소리가 섞인 높고 명랑한 목소리이다.

 "별로? 마베쨩은 뭐든 어설프고, 마음에 안 드는걸."

 "어이!"

 바스코의 도발에 마벨러스는 늘 곧이곧대로 걸려들고 만다. 예상대로의 격한 반응에 바스코가 재미있다는 듯이 키득거리며 신입 단원의 거친 손을 낚아챘다. 바스코가 자신의 손을 조몰락거리는 감촉이 기묘해서 마벨러스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마벨러스의 손바닥을 갖고 한참을 장난치던 바스코의 기다란 손가락이 마벨러스의 손가락 사이의 틈새로 미끄러졌다. 농염한 손가락은 마벨러스의 야무진 손가락을 모든 방향으로 쓸고, 눌렀다가 떼어졌다.

 참다못한 마벨러스가 버럭 항의했다.

 "뭐 하는 거냐, 바스코!"

 "글쎄, 마베쨩은 감정적이니까 곧잘 소리 지르고."

 쪽. 바스코의 입술이 마벨러스의 손을 기습적으로 덮치고는 이윽고 살며시 떨어졌다. 미지근한 숨결이 손바닥을 간질간질 간지럽혔다.

 '바스코 놈도.' '호흡을.' '하는군.'

 생각이 뚝뚝 끊겼다. 뿌옇게 흐려진 의식을 바스코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깨부쉈다.

 "부끄럼 타니? 마베쨩."

 얄미운 목소리에 화끈하게 분노가 불타올라 사고에 낀 안개를 훅 날려버렸다.

 "네 이놈, 바스코……!"

 바스코는 마벨러스의 검지 첫 마디를 단단한 이빨로 물어버리고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깔깔 웃어댔다.

 "거짓말이야, 마베쨩. 정말 좋아한단다."

 손가락의 붉은 기는 두어 시간이 지나고서야 옅어져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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