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20

(노래 25제 중 하치 - 도넛 홀)


 카즈라바 코우타가 지구에서 사라진 지 반년이 되었다.


 '시작의 남자' 같은 이야기를,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일본은 전 세계에서 크리스천교 인구가 가장 적은 국가 중 하나이다. 자와메시는 바이블을 쓰지 않았다. 다만 서로가 서로의 사도였다.

 쿠레시마 미츠자네는 종종 극사실주의자가 된다. 그러면 과거의 기억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그드라실 코퍼레이션은 삶의 전부로 삼기에도 충분한 무게였고 언젠가 회장이 될 소년의 나날은 충만할 만큼 바빴다. 그런 하루가 끝나고 이불 속에 몸을 끼워 넣으면 문득 기억이 나지 않는다.

 코우타상,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더라.

 미츠자네는 문득 서글픈 기분이 들어 잠드는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이튿날 아침 커다란 창가에서 흘러넘치는 빛을 역광으로 받으며 양말을 신는 미츠자네는 다시 한번 현실주의자다. 학교에 가야 해, 졸업이 코앞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빛이 무언가를 닮았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미츠자네는 그런 기분을 사용인이 어깨를 털어주듯이 가슴에서 털어내고 가방을 들고 현관에서 구두를 신을 때쯤엔 이미 그런 기시감은 마음 깊숙이 가라앉아 녹고 없다.

 물질은 녹아도 사라지지 않는다. 미츠자네는 무심코 기본적인 균형방정식 문제를 틀리고 만다. 괜찮다, 피로했나 보군. 타카토라는 위로했지만 미츠자네는 영 마음이 무거웠다.


 해가 지고 달이 밝아졌다. 그래, 태양은 되돌아온다. 그리고 세상에 사라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없어진 기억도 어딘가에 수증기처럼 떠다니는 것이 아닐까? 왠지 본능적으로 질문을 던지자 곧바로 아침의 햇살이 생각을 스쳤다. 끝없이 넘치는 금빛이 닮은 건…


 미츠자네는 갑자기 접시 위에 올려져 있던 오렌지에 손을 뻗는다. 주먹을 쥐자 과즙이 주륵 미끄러져 내렸다. 한 손 가득히 새콤한 냄새가 배었다. 과즙은 샹들리에 아래에서 약간 금빛이다. 그래, 끝없이 넘치는 금빛이 닮은 건


 카즈라바 코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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