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19)

(노래 25제 중 시이나 링고 - 의식)


"길고 풍요로운 삶을 살 거야."

마몬의 선언이었다.

벨은 재차 마몬의 뺨을 쓸었다. 살결은 매번 꿈결처럼 보드랍고 깨끗하다. 마몬의 꿈은 꿈에서 깨는 것이다. 벨은 꿈결을 붙잡아 늘인다. 볼을 꼬집으면 꿈에서 깬다는 것은 미신이다.

"그래, 오래 사는 게 제일 좋은 일이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마몬의 대꾸에 벨이 시싯, 하고 웃음을 흘린다. "그렇게 생각해?" 마몬은 생각지 못한 질문에 당황했다가 애매한 대답을 한다.

"넌 죽으려고 했잖아."

"무슨 얘기야?"

벨의 대답은 전혀 모르는 어투이다. 마몬이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링 쟁탈전." 아아. 마몬의 말에 당시의 기억이 벨의 머릿속에 흘러들어왔다. 디오라마처럼 펼쳐진다. 싸우고 있을 때는 그렇게 흥분되는데, 지나고 나서 회상하는 기억은 밋밋하게 흑백영화처럼 재생된다. 늘 다음 싸움을 찾는 것은 그런 이유이다.

"그건 죽으려고 한 건 아니지. 결과적으로는 죽을 뻔했지만."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는데."

이를테면, 넌 가난하게 오래 살고 싶니?

대신 말한다―

"그럼 그런 마몬은 내가 지켜줘야지."

이빨이 훤히 드러나게 웃으며 벨이 억척스럽게 마몬을 품속으로 욱여넣듯이 안아 든다. 작은 몸체가 버둥거리며 거세게 반발하지만 개의치 않고 꼬옥 껴안는다. 금세 지친 마몬이 이내 몸을 벨에게 맡겨버리곤 중얼거린다.

"이번에야말로 마음에 없는 말이군."

"그건 맞아."

대답하며 벨이 마몬의 후드 위로 입을 맞춘다. 아기의 머리에 입을 맞추는 일은 어머니가 된 것 같아서 요상한 기분이었다.

서로 지켜주는 일은 있을 수 없지만 죽이는 일은 있을 수 있어도. 서로 맨얼굴을 마주한 적이 한 번도 없어도. 사랑은 사랑일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은 아니다.

"오래 살아야 이런 짓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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