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시기 2011년 초 추정.

특별히 학교폭력에 관한 묘사는 없으나 왕따가 가볍게 묘사되며 '로리' 워딩이 나옵니다.

옐로→골드→실버



왕따와 전학생


#1 왕따의 심리상태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은 또 같은 멜로디로 몇초간 재생되었다. 반 애들은 모두 제각각 친구를 만나러 갔지만 단 한 명은 제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는 다음 수업의 준비따위를 하려고 앉아있던 게 아니었다. 그건 그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단저하지 못한 폭발적인 앞머리, 반쯤 풀어진 넥타이. 풀어헤친 교복 조끼와 텅 비어보이는 책가방. 단지 그는 찾아갈 사람이 없었을 뿐이었다. 그의 표정은 흐리멍텅했다. 뭔가 상당히 질려보였다.


(골드 시점)

난 지금 상당히 질렸다. 하품밖에 나오지 않고 눈의 초점도 맞춰지지 않는다. 놀 녀석이 없어서 그렇지, 난 노는 걸 매우 좋아한다. 나, 이래봐도 마음 넓고 성격 좋다. 그치만 지금은 아무도 그걸 모른다. 왜냐면 나랑 접촉이라도 해본 녀석은 얼마 없으니까. 아아, 제발 친구 한명만 있었으면 좋겠다.


#2 포니테일의 로리녀

하도 지루해서 난 별 수 없이 운동장이라도 돌고 있었다. 그러다 본 게 혼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귀여운, 아니 대박 귀여운 포니테일 소녀. 그녀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건네었다.

"야, 안녕? 몇반의 누구?"

그러자 그녀는 겁이 났는지 침을 꼴깍 삼키고서 대답했다.

"에, 에엣……, 3학년 7반의 옐로……."

그런데 왜 부끄러워하는 것도 아니고, 겁내는 거지? 설마,

"설마 너 지금 나, 불.량.학.생으로 보여서 그런 거야? 에엣? 그런 거야? 아, 아니, 그다지 그런 나쁜 녀석은 아니라고, 나."

그녀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 다시 보니까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아―그렇지만 그 외모, 오해받을만 해."

그런 말을 들으니 갑자기 뭔가 당황스러웠다. 나는 불량학생이라거나 나쁜 녀석이라거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에, 옷차림이나 앞머리로 말하자면, 난 다른 녀석들과 붕어빵같이 똑같은 건 싫거든!"

내가 오른손의 엄지를 들어보이며 말했다.

그러다가 수업종이 울렸다. 옐로는 이렇게 말하고서는 앙증맞게 뛰어가버렸다.

"괜찮다면, 나중에 또 얘기하자!"

그렇게, 난 기적적으로 친구를 얻었다. 그것도 나와 전혀 반대적인 성격의, 귀여운 로리녀!


#3 버스에서 만난 은색 눈동자

하교버스였다. 보통 등교할 때라거나 학교에서 본 적 없는 녀석이 하교버스에 나타나는 일은 그런 만큼이나 드물다. 오늘 딱 그런 녀석이 나타난 것이다. 버스 안은 거의 항상 꽉 차있었다. 그래서 문 앞에 서있는데 내 오른쪽에 긴 붉은 머리의 남자애가 있는 거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야, 너. 뭐 하는 애냐?"

그러자 그가 신기하게도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뭐."

아무래도 '뭐 하는 녀석'의 범위가 넓기는 하다. 그래도 그렇지 대답이 좀 짧지 않나?

"그니까 너 누구냐고. 이름은……?"

"실버."

"그런 녀석은 우리 학교에 없을텐데?"

"전학생."

"내일이 첫등교인거냐?"

"응."

"……."

그리고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주변 환경의 소리만을 들으며 나의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엄마에게 '실버'에 대해 잠깐 말했더니 하는 대답이 글쎄,

"잘됐네, 골드― 친하게 지내렴."

아니, 뭐랄까. 그게 쉬우면 이미 친구 많았겠지.

"알고 있어.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지, 안 그러니?"

아니, 엄마. 내 생각을 읽은 거야?

흐앗…. 하루 일과가 끝나면, 피곤하다.


#4 3학년 2반 19번 실버

"그럼, 전학생을 소개할게요☆"

"으에에에에에엣?! 저 녀석……!"

설마 했지만, 설마 같은 교실일 줄이다.

"아는 녀석이에요, 골드쨩?"

"아…… 뭐……"

순간 실버가 내쪽을 좀 무섭게 쳐다본 것 같기도 하다.

"아, 실버쨩에 대해서라면 저-기 잘 알고 있는 블루쨩에게 물어보면 돼요~"

서…설마 내 짝이… 실버의 관계인?!

웬 랜덤한 전학생이랑 심하게 엮이는 듯…?

실버도 어쩌다 버스에서 본 놈이 블루의 짝이라서 내심 조금 놀랐을 거다.

"그럼, 실버쨩은 저-기 옐로쨩 옆에 앉아!"

아니, 옐로는 존재감이 무지 없나보다. 설마 어제 드디어 사귄 친구가 우리반이었다니. 그걸 또 모른 나도 신기하다. 그리고, 웬 또 실버가 옐로의 짝궁이라니. 우연이 오늘따라 많다.

실버는 대부분 시간 과묵했고, 그래서 나처럼 친구도 없었다. 아니, 나와는 확실히 다랐다. 녀석은 주위에 '친구하고 싶은 놈'들이 잔뜩 있었다.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는 나와는 달리 실버는 귀찮다는 듯 스스로 다른 녀석들을 떨쳐내버린다. 부러운놈. 내친 김에 일단 실버에게 가봤다.

"뭐야. 특별한 용무 없으면 가."

이래갖고 실버랑 얘기하는 건 무리다.

"그쪽의 상록 그로브에게 용무가 있는데?"

"……."

"아, 골드! 무슨 일이야?"

"아니, 그냥 심심해서."

"그래? 그럼 잠시 수다라도 떨까?"

"실버. 어떤 녀석이야?"

"……. 과묵하고 항상 무표정이야. 외로워 보이기도 하는데, 왜인지 항상 찾아오는 사람들을 떨쳐내버려."

"저 녀석은, 그게 익숙한 것 같아?"

"응. 오히려 주변에 아무도 없는 편을 편안해하는 것 같기도 해. 그치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 거야."

"……. 사람을 대하는 게 서투른 거야. 그런 녀석을, 난, 그냥 보고 있을 순 없어."

"아……."

그리고 내게도 들리지 않는 작은 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난 골드 네가 좋은데…. 좋아하는데…."


#5 접근

이렇게 해서는 실버와는 아무 관계도 될 수 없어. 별로 관계를 만들 생각은 없지만 뭔가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묘한 기분이 자꾸만 든다.

그래, 아무래도 정면돌입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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