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시기 2012년 11월

가스라이팅이 묘사됩니다.




[미도타카쿠로] 죄와 벌 [쿠로바스]


눈물과 땀과 비는 볼에 닿는 감촉에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눈물은 덜 끈적하다. 약간의 짭짤한 흔적을 남기며 얌전하게 떨어진다. 땀, 땀. 땀은 끈적하다. 눈물보다도, 비보다도. 얽어매듯 끈적이지만 덧없게도 간단히도 흘러 사라진다. 그리고 가장 쉽게 발생하기도 한다. 가볍다. 비는 끈적거리지도 않고, 빠르게 덧없이 사라지지도 않으며, 아니면 얽으며 미련히 미끄러지지도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그래, 얌전하다까. 끈적이지도 않고 융통성있게 떨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제서야 끈적이기 시작한다. 뒤늦게야 끈적거리기 시작하는 비겁한 비는 얌전할까.

테츠야는 이내 생각을 접었다. 생각이 본론에서부터 너무나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내 볼에 닿고 있는 불쾌한 감촉은 무엇일까? 아마 비겠지. 그는 결론을 냈다.

"좋아해요."

테츠야는 말했다. 언제나와 같이 간략히, 언제나와 다르게 열정적으로. 그의 얼굴에 짙은 홍조가 번졌다. 양 볼, 콧잔등, 그리고 귀끝까지 새빨개졌다. 흰 피부라서 더더욱 확연히 달아올랐다. 그리고 어둑한 도시 배경은 훌륭한 대빟과를 내며 희고 붉은 테츠야를 더더욱 강조시켰다.

그리고 타카오는 우었다. 헉, 테츠야가 너무나도 야릇하게 짧은 숨을 들이켰다. 이 웃음은 무슨 뜻일까? 그가 좋아하는 카드게임에 비유해보자. 딱 맞아떨어지는 에이스? 아니면 만능의 조커? 아니면, 그것도 아니라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하트 3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는 포커페이스? 설마, 최악의 카드는 아니겠지. 제발, 당신이 최악의 카드를 뽑은 거라면 부디 그 자욱한 가면을 벗고 솔직한 심정을 보여줘. 그래, 그는 웃었어. 그 웃음이 가면, 포커페이스일 리 없지. 그건 너무 잔혹하니까.

"거짓말."

타카오는 더없이 밝게 말했지만, 테츠야의 심장은 두근두근 뛰는 그대로 철렁 내려앉았다. 너무, 잔혹하잖아. 일순간 테츠야는 심장이 멎는 느낌을 체감했다. 바로 다음 순간엔 다시 두근두근, 지나칠 정도로, 터지도록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지만, 그 쇼크는 그 뇟속에서 사라지질 못했다. 너무 너무 잔혹하고 아픈 말이잖아. 하다못해 친절하게 해석이라도 해줘. 나는, 나는. 나는 그 상냥함만으로 만족해줄 수도 있어.

"쿠로코가 지금 진심이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말야, 본심은 어떨까? 지금 너의 진심과 너의 본심이 같다고 너는 확신할 수 있니?"

타카오는 테츠야의 간청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테츠야는 다시 미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첫째, 불과 몇 조 전에 스스로에게 약속한 것이 땀방울보다도 덧없이 흩어지려 하고 있었다. 그런 상냥함으로 도저히 만족할 수가 없었다. 좀 더, 조금 더, 훨씬 더 상냥하게 대해줬으면 좋겠다. 당신은 원래 상냥한 사람이잖아,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수요는 갈수록 심하게만 아우성쳤다.

그리고 둘째는, 테츠야가 소리내어 표현했다.

"어째서 네가 의심하나요? 그런 의심은, 제가…, 제가…! 제가,"

심장 박동이 빨라짐과 함께 테츠야가 이성을 쥐었다 폈다. 제아무리 쿠로코 테츠야라곤 해도 도저히 그 충격에는 이길 수가 없었다. 떨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테츠야는 간신히 말을 이었다.

"저는 충분히 저 자신을 잃어가며 의심해왔습니다. 지금 이 순간까지, 스스로를 의심하고 의심하고 좇으며 흘려버리고 잃어버렸습니다. 그런 끝에 나 스스로가 거의 지워졌을 때에야 갈취해낸 해답으로…, 이렇게…,"

이번에 흐르는 것은 눈물이라고 ,테츠야는 단번에 알아챘다. 얌전하게 떨어지면서도 뜨겁다, 데일 것처럼 뜨겁다.

"아아, 안타깝네. 오답이야. 나는 너같은 경험을 못 해봐서, 네 기분은 솔직히 잘 몰라. 내가 아,"

"틀립니다, 저는,"

"아무리 설명해도 넌 납득하지 못할 거라고. 봐, 내 말 틀렸나? 넌 아무리 해도 납득하지 않을 거니까, 난 깔끔하게 내 말만 하겠다고. 그래, 미안하지만, 간단히 말해서,

"거절이야."

타카오는 자기 자신이 비쳐보이는 테츠야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거침없이 말했다. 치밀어오르는 구토감을 애써 달래며, 테츠야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좋아요.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네 말을 인정하겠습니다."

"그런 걸 두고 납득하지 못한다고 하는 거야."

타카오가 손을 뻗어, 매우 정교하지만 무척이나 아름다운 검지손가락으로 꾸욱, 테츠야의 콧잔등을 눌렀다.

그 순간 테츠야는 자신의 심장이 한순간에 얼어붙은 건지 녹아버린 건지 깨져버린 건지 판단해내지 못했다. 단지 테츠야가 아는 것은 그의 따스한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닿아있었다는 것이다. 당장이라도 스러질 듯한 아슬아슬한 아득함 속에서 허우적거리듯, 테츠야는 말했다.

"적어도, '어차피'로 생략한 네 견해를……"

테츠야가 말을 멈추었다. 상냥하게 해다라고 부탁해야 할까. 상냥하게, 상냥하게 해주세요. 말하면 역시 안 되나?"

"알았어, 알았다구."

싸늘한 표정에 테츠야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역시 상냥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어야 했어.


테츠야는 조용히 아이스바를 핥았다. 당신은 무슨 말을 할까? 나는 이번에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정말로 납득할 수 있을까? 아니면…, 또 자기합리화?

"너부터 설명해봐."

"네?" (이때 테츠야는 자신의 무지함을 저주했다.)

"뭘 근거로 결론을 내렸으며, 결론을 내리게 된 계기?"

헉, 테츠야는 두 번째로 크게 공기를 마셨다.

"너무나도, 두근거렸습니다. 저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주신 순간에는 마치…. 구제 받는 느낌이어서. 저는 말로 표현하는 것도 서툴고… 그렇다고 존재 자체로 표현할 수도 없어서……. 아무것도 전하지 못하고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못한 채 혼자 사는 게 익숙해져서… 그런데도, 저를…, 알아차린 사람이 있어서 너무나도 기쁨과 동시에 두근거려서."

말에 말을 거듭할수록 테츠야의 눈동자는 크게 흔들렸다.

"그 설레임의 정체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본 결과로…, 저는……."

토해내듯이 나온 말에, 타카오는 아무런 동정도 공감도 해줄 수 없었다.

"그래, 그게 틀렸다는 거야. 동정과 동질감의 뽕짝은, 절대 연심과는 다르지. 그리고, 나는…, 여자를 좋아해."

그리고 만약에 만약으로 남자와 사귀라면 그이는,

……미도리마. 사랑해야 할 우리의 캡틴이다.

"죄송합니다."

거짓말을, 자기합리화를 해서, 당신을 상처입혀서, 신경쓰이게 해서, 바보같은 생각을 해서, 당신과 만나버려서.


* * *


리어카에 타는 것은 러키아이템을 손에 지닌 미도리마, 웃으며 불평하며 끄는 것은 타카오.

지켜보는 것은 그림자. 그걸로 아마 족했다.




대체 무슨일로 글을 이렇게 매운맛으로 쓴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

혹시나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눈치채셨겠지만 타카오의 취미는 그 카드게임이 아니라 '트레이딩' 카드게임입니다... 딱 맞아떨어지는 나락의 함정 속으로? 아니면 만능의 강제탈출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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