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12)
“이런 거 싫어요, 스승…….”
가늘게 새어나오는 목소리는 심하게 떨고 있었다. 훌쩍, 훌쩍. 두 번 훌쩍이고는 목소리를 가다듬지 못한 채 프랑이 힘겹게 말을 이었다.
“왜 제가 범죄자에요?”
마음대로 쉬어지지 않는 숨을 겨우 한 숨 들이마쉬고는 프랑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또 질문했다.
“왜 제가 마피아에요? 왜 제가 사람을 죽여요?”
거기까지 말한 프랑은 더 말하지 못하고 그저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의 스승, 로쿠도 무크로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미안해요, 미안해요,’만을 반복하는 그에게, 프랑은 목소리를 쥐어짜내어 물었다.
“스승인가요? 저를 끌어들인 건?”
무크로는 숨이 멎는 듯했다. 부정할 수 없었다. 때묻지 않은 제자를 처음 끌어들였던 것은 자신이 맞았기에.
무크로는 한 번도 기억을 되찾은 프랑이 그러한 식으로 충격먹은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가 처음 만난 프랑은 윤리관이 흐릿했고, 마피아에 대해 거부감도 의구심도 갖지 않았었다. 어째서 기억을 되찾은 그는 갑자기 물러터진 소년으로 변해버린걸까. 자문해보아도, 무크로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하아, 무크로가 한숨을 내쉬었다.
로쿠도 무크로가 무른 사람을 싫어한 이유는 단지 ‘짜증나서’ 뿐만이 아니었다—오히려,가장 큰 이유는 ‘나약함은 전염되기 때문’이었다. 무른 사람과 함께 있다 보면 자신도 함께 물러져 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함께 나약함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파멸하고 마는 것이었다. 그래서 무크로는 무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싫어했다.
마음을 가다듬지 못하고 목 놓아 흐느끼는 프랑에게, 조심스레 무크로가 말을 건네었다.
“네 탓이 아닙니다. 너를 마피아로 끌어들인 것은 나였습니다. 그러니까, 그만 울어요.”
“…….”
그럼에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프랑을 보며 무크로는 조바심이 나 입술을 물었다. 서글피 우는 제자를 눈앞에 두고 있으니, 자기까지 울어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그렇게 나약한 인간도, 선한 인간도 아니었을 텐데. 역시 물러터진 사람을 곁에 두고 있으니 나약함이 전염된건가.
“되돌아갈 수 없잖아요…….”
딸꾹질하며, 흐느끼며, 프랑이 힘겹게 문장을 꺼냈다.
“이미 마피아의 일에 간섭해버렸으니까…, 이제 전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잖아요…….”
프랑의 비참한 절규에 무크로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왜 못 돌아갑니까. 무지개의 대리전쟁은 거의 비밀리에 이루어졌습니다. 이대로 나와 인연을 끊으면, 너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그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하였지만(정확히 무엇이 그리 열받는 것인지 자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무크로는 서서히 언성을 높여가고 있었다.
“무척이나 유감이군요, 프랑. 너는 인재였습니다. 그다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점이지만,너는 수재였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여기까지인 듯하군요. 아무쪼록 그 강력한 환술을,일상생활에서나 어디 한번 잘 써먹으면서 사십시오.”
점점 말하는 속도에 있어서도 목소리의 크기에 있어서도 열을 띠기 시작하는 스승을 가만히 보고 있던 프랑이 갑자기 쿡, 웃음소리를 냈다. 그리고 무크로는 경악했다.
“……?!”
“스승, 그 새 쇠약해지셨나요? 설마 me가 그 정도 하찮은 일로 그렇게 울고 불고 할 것 같았나요?”
“무슨……,”
두 눈을 내리깔고, 얼굴을 붉힌 무크로가 한숨을 내쉬었따.
“속아넘어간겁니까.”
네 입버릇이 안 나올 때부터 의심해봤어야 했습니다, 무크로가 작게 덧붙여 중얼거렸다.
“뭐, 더 바보 되기 전에 지금이라도 깨달은 게 어디에요? 아, 그나저나 의견 잘 들었구요. 인재! 수재!”
프랑의 재잘거림을 듣고 있던 무크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진심어린 살기가 덮쳐오는 것을 느낀 프랑은 재빨리 태도를 바꾸어 굽실거렸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죽이지 말아주세요, 스승! 그저 이 만큼이나 me의 환술이 늘었다고 조금 과시해보고 싶었—”
—콩! 프랑이 문장을 채 끝내기도 전에, 무크로의 주먹이 무방비하던 프랑의 머리를 무자비하게 내려쳤다.
“필요 없습니다, 급조된 변명 따위는. 그럼 내일 다시 보도록 합시다. 오늘은 하도 속이 끓어서 이만 물러나야겠습니다.”
“네~에! 내일 또 봐요, 스승!”
그렇게 서럽게 울던(환각을 보여준) 것은 언제였냐는 듯이, 멀어져가는 무크로에게 해맑고 해맑은 목소리로 프랑이 인사했다.
* * *
“글쎄, 어느 쪽이 환상이려나.”
“분명 그럴 거다, 믿어버리면 그 시점부터는 환각에 완전히 지배당해 버린다고…,”
“스승이 그렇게 가르쳤었죠?”
프랑—흐느껴 울던 진짜 프랑—이 독백했다.
“이런 거, 정말 싫은데.”
울먹거리는 목소리에 이어서 비참한 울음소리가 공허하게 숲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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