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18)


 "츠나 군."

 "무슨 일이지, 백란?"

 

 필살환을 넘겨삼키며 사와다 츠나요시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와 더불아 주위 공기도 함께 무거워지는 듯했다.

 

 "아마 조만간, 나는 또 한번 난장판을 일으키지 않을까 싶어서, 미리 말해두려 왔지."

 "난장판이라니. 무슨 소리야."

 

 하하하하. 백란이 경쾌하게 웃어제꼈다.

 

 "질렸어."

 

 백란의 눈이 번뜩였다.

 

 "심심하다고. 질렸다면, 역시 혁명이 필요하단 말이잖아?"

 "그래, 철 좀 들으세요. 타케시가 말하길, 네가 달라졌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성장한 줄 알았더니만, 아직도 정신나간 쾌락주의자 그대로잖아."

 "어머나."

 

 하아, 한숨을 내쉬며 츠나요시는 자신의 앞에 앉은 새하얀 남자와 눈을 똑바로 맞추었다.

 

 "원하는 게 뭐지? 당장 다시 죽여드리기라도 할까?"

 

 하하하하하. 웃음소리는 경쾌함을 밀어내듯 조용한 공간에 다시금 외로이 울려펴졌다.

 

 "츠나 군. 너무 오랫동안 마피아에 몸을 담그고 있었더니 윤리관이 흐려진 거 아냐? 그렇게 가벼이 사람을 죽이려 들다니."

 "시끄러워. 웃기지 마, 대악당 주제에. 사람이었어? 신세계의 신이 아니라?"

 "… …."

 자신보다 한참 작은 소년에게 멱살을 잡힌 청년 - 백란은 간단히 눈을 휘어 비웃을 뿐이었다. 무언의 비웃음은 츠나요시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아니, 저 남자는 거짓말쟁이다. 사기꾼이다. 속아넘어가선 안 된다. 나는 선량하다. 그는 반복해 외치며 스스로를 세뇌시켰다. 다메츠나, 다메츠나. 그는 계속해 고했다. 선량하며, 때로는 호구가 되기도 하는 얼빵하고 순진한 소년, 사와다 츠나요시.

 

 그에겐 영원으로 느껴진 몇 초간의 침묵이 지나고, 백란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것은 매우 의외의 발언으로써, 적어도 츠나요시가 예상하지는 못한 말이었다.

 

 "츠나 군, 사랑은 멋진 거야."

 "…로맨스 영화라도 보고 왔나? 아니면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다던가?"

 "…." ("어느 쪽일까?")

 "아무래도 후자라고 생각된다. 누군지 맞혀보기라도 하라는 건가?"

 

 자신이 전혀 알 수 없는 형태로 돌아가는 상황에, 츠나요시는 초조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살짝 현기증이 났다.

 

 "호오, 좋아!"

 

 하지만 그런 츠나요시는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듯(실제로도 그러했겠지만), 백란은 태평하게 대답했다. 츠나요시는 그의 보라색 눈은 투명해서 읽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유니. 틀려?"

 

 대화의 내용이 산으로 가고 있었다. 이것은 초직감이 없어도 알 수 있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만큼씩 츠나요시의 초조함도 더해져갔다. 필살 모드인데도 여전히 멍청한 게 짜증난다고 츠나요시는 생각했다.

 

 "우와, 맞았어! 그럼 츠나 군도 초조한 것 같고. 슬슬 본론으로 돌아가자."

 "응……."

 

 츠나요시는 얼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유니쨩은 평화주의자야. 그래서 그 애를 - 아니, 그녀를 사랑하는 동안, 나의 마음에도 평화스런 봄이 찾아온거야. 가을과 겨울을 넘어서.

 

 그래, 내 마음은 여지껏 여름에 있었어. 여름 말이야; 지독하게 더운. 그 속에서 나는 새까맣게 타고 있었어. 그녀는 내게 봄을 가져다줬어. 나는 녹을 수 있게 되었지. 타는 나날과는, 이제 끝이야.

 

 …아니, 끝이었어. 계절은 지나, 다시 불타는 여름이 왔다. 일본은 온대 기후잖아? 흔히 말하는 그거지; 사랑이 식었다. 아니, 틀린가? 뭐, 난 초보니까."

 

 백란이 츠나에게 눈빛 - 신호를 주었다. 이제 네가 대답할 차례야. 내 대사가 끝났으니. 그래서 츠나요시는 대답했다.

 

 "……그래…."

 

 또다시, 얼빠진 대답이었다. 백란은 하는 수 없이 그것에 만족했다.

 

 "세계 재창조라던가, 그런 짓은 다시 안 하니 걱정 말아. 그건 허무맹랑한 짓이라는 게 이미 증명되었으니까."

 

 눈빛; 신호.

 

 "어어."

 

 얼빠진 대답. 이 시점 - 백란이 갑자기 사랑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있는 - 에서, 츠나요시에게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러니까, 대규모 어린이 납치 같은 소소하고, 바보 같은, 어리석은 짓을 할 지도 모르고, 아님 무크로네들이랑 어울려서 마피아 소탕? 그런 것도 조금은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

 "어이, 의미없는 범죄는 그만둬."

 

 하하하! 웃음소리만 공허하게 울린 공간은 여전히 경쾌함을 따돌리고 있었다.

 

 "마피아 소탕은 범죄가 아니라고, 이봐? 뭐, 좋아. 지금은 아직 환절기인걸."

 

 '읏챠'하며 백란이 자리에서 일었다.

 

 "기만당한 내 사랑을, 여름이 돌아오기 전에 다시 한번 긁어모아주지 않을래?"

 

 제법 '오글거린다'고 할 수 있을 법한 대사였지만, 츠나요시는 그다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그는 떠나가는 백란에게 말했다.

 

 "철 좀 들고 스스로 정리해."

 

 대답은 돌아오지 않은 채로 백란은 사라졌고, 문은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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