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4)

 

 “M.M ?” 

 

 ? 누구?”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슬쩍 뒤돌아보니— 

 

 

 암퇘지 호박?!” 

  

 커다란 한쪽 눈망울로 자신  길고 빨간 머리카락과 똑같이 붉은 눈, 차이나풍 원피스  코스프레 차림  을 멀뚱멀뚱 쳐다보는 암퇘지년’; 크롬 도쿠로를 발견한 M.M이 과장된 동작으로 펄쩍 뛰며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머뭇거리던 크롬 도쿠로가 입을 열었다

 

 “Il mio nome e’ Chrome; 크롬…. 크롬 도쿠로에요.” 

 

 그리하여 말하는 게 이미 뻔히 알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짜증나는 이름이었어서, 확 열받은M.M은 버럭 고함을 쳤다

 

 누가 모른댔니? ! 너 같은 년은 가질 자격도 없는 이름을 누구 앞에서 주제넘게 나불거리고 있어!” 

 

 그치만 무크로 님이…,” 

 

 타악

 

 문장을 마치기도 전에, 크롬의 목소리는 멎고 대신 경쾌하고 시원스런 타격음이 났다. 짜증이 날 대로 난 M.M이 씩씩거리며 말하고 있떤 크롬의 뺨을 냅다 후려친 것이다

 

 으읏…,” 

 

 뭐야, 약한 소리나 내고 있어!” 

 

 애꿎은 크롬을 계속 닦달해대는 M.M이었다. 하지만 크롬은 몸은 나약했을지언정 기는 전혀 죽지 않은 모습이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M.M은 계속 씩씩댈 뿐이었다. 그러던 찰나,크롬이 갑작스레 화제를 돌렸다

 

 “…저기…, M.M …,” 

 

 ?” 

 

 그 차림은……?” 

 

 히이이이이이익!!” 

 

 크롬이 묻자, M.M이 갑자기 과장되게 비명을 지르며 펄쩍 뒤로 물러났다

 

 “…?” 

 

 하지만 정말로 그런 M.M의 심정을 모르겠는 것인지 아니면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인지, 크롬은 순진무구한 얼굴로 갸우뚱거렸다

 

 코스프레. 코스프레라고.” 

 

 잠시간의 정적이 지나고, 심드렁한 목소리로 M.M이 드디어 대답했다

 

 코스프레…?” 

 

 으아아아!!” 

 

 연신 갸우뚱거려대기만 하는 크롬의 모습에 M.M은 다시 열을 내며 신음 섞인 비명  절규 을 질렀다

 

 코스튬 플레이! Costume play!” 

 

 아아….” 

 

 그제서야 이해한 크롬이 두어번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밀려오는 성취감에 M.M은 스스로도 모르게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예뻐요….” 

 

 ?” 

 

 희고 아름다운 본래의 색으로 돌아가던 M.M의 피부가 다시 붉게 달아올랐다. – 순수한 쑥스러움으로

 

 , 별로, 너 따위가 그렇게 말한대도 전혀 기쁘지 않거든!” 

 

 퉁명스럽게 M.M은 내뱉었지만, 크롬의 낯빛은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생글생글 웃으며 크롬이 말했다

 

 그건 츤데레라고 하는 거죠?” 

 

 하아?!” 

 

 저번에 치쿠사가 알려줬어요. 그게…, , ! 에다가, 데레, 데레! …라고!” 

 

 틀려!” 

 

 어라? 아닌가요…?” 

 

 아니, 츤데레는 그게 맞는데…! 으으…….” 

 

 다시금 열을 올리는 M.M의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쿡쿡’, 크롬이 소리죽여 웃었다

 

 ! 뭐가 그렇게 웃긴데!” 

 

 ,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니, 그보다…, 무척 잘 어울려서…,” 

 

 ?!” 

 

 , 사쿠라 쿄코…. 틀렸나요?” 

 

 크롬이 소심하게 말한 이름에,  렌즈를 낀 M.M의 붉은 두 눈이 휘둥그렇게 띄였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거야?!” 

 

 학교에서 유행해서…, 저번에, 켄과 치쿠사가 볼 때…, 같이 봤어요!” 

 

 켄이랑 치쿠사 이 놈들, 괜히 이 녀석한테 쓸데 없는 거나 보여줘서는. 열을 내며 소리지르는 데에도 지친 M.M은 이제 속으로만 씩씩거렸다

 

 그럴 때쯔음, 멀리서부터 누군가가 외치는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쿄코 씨! 뭐하고 계세요! 사진사분께서 마미쿄코 트윈 찍고 싶으시대요” 


으엑!” 

 

무심코 소리친 M.M은 그런 자신 앞에서 싱글싱글 웃어대는 크롬을 보니 뻘쭘함이 치밀어와,떠듬거리며 어떨떨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 , 촬영 가야된다. , 그럼 이만 간다." 

 

그리 말하고는 등을 돌려 도망치듯 뛰어가던 M.M, 뒤에서 크롬이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

 

"M.M." 


"
? ." 

 

고개만 뒤돌아보며 M.M이 대답했다

 

"그 촬영 구경해도 되요?" 


"
마음대로 해. 따라오든지." 

 

무신경한 듯 말하는 M.M이 목소리에 잔잔히 녹여둔 기쁨을, 크롬은 알아챌 수 있었다

 

 

* * * 

 

 

"아아, 지인분 뵙느라 늦으셨구나. 지인분도 예쁘시네요. 코스해요?" 

 

금발의 마법소녀 - 토모에 마미 - 의 복장을 한 여자가 물어왔다.  M.M은 가벼이 대답했다

 

"실친이에요. 코스는," 


"
안 해요." 

 

저도 모르게 M.M의 말을 끊고 말해버린 크롬은 뒤늦게야 황급히, 조신하게 가는 두손으로 스스로의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토모에 마미(를 코스프레한 여자)는 웃음을 터뜨린 뒤였다

 

"으으…. 죄송…, 해요." 

 

쥐어짜내듯 크롬이 말했다. 그러자 토모에 마미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뜻밖의 제안을 했다

 

"마도마기 좋아하시는거죠? 저기, 갑작스러우시겠지만, 실은 저희가 마도마기 팀코기는 한데 사야카가 공석이거든요. 사야카 마법소녀 버젼은 없고 마도카분이 헷갈리셔서 가져오신 교복이 한 벌 여벌이 있는데, 사야카 안 뛰실래요?" 

 

제안을 받은 크롬의 두 눈망울이 평소보다도 더 크게 뜨였다. '어떻게 하죠?' 묻듯, 그녀는M.M만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그러자 M.M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야, 나더러 어쩌라고. 네가 하고 싶음 해." 


"
, 할래, ." 


"
." 


"
, 아뇨!  M.M씨가 불편하시다면," 


"
, 임마." 

 

쿨하게 쏘아붙이고는 M.M이 벤치에서 일어섰다

 

"그래서, 가발이랑 머리핀은 있어요? 보시다시피 얘 눈병신이라 한쪽 눈 가려야 될 것 같은데….

 

토모에 마미가 특유의 따뜻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진짜 눈병때문에 안대 차신 거였구나. , 괜찮아요! 제가 팀코 끝나고 또 미쿠 찍을 게 있어서 컷가발 파란 게 있거든요. 그거 아마 앞머리 한쪽으로 넘기면 촬영퀄 나올 정도로는 가려질거에요." 

 

"그럼 빨리 얘 옷 주세요. 시간도 별로 이제 얼마 없잖아요. 마도마기니까 쿄사야는 몇 장 건져가고 싶은데." 

 

재촉하는 M.M에게 토모에 마미는 "알았어요." 대답하곤 그 큰 울림통으로 소리쳐 불렀다

 

"마도카씨! 갖고오신 교복 좀 빌려주세요! 방금 사야카 캐스팅 성공했어요!" 


"
, 진짜요? 알았어요! 지금 교복 찾아서 갖고갈게요!" 

 

대답하곤 가방을 뒤적거리던 카나메 마도카(의 코스어; 역시.)가 금세 잘 만들어진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만의 특이한 디자인의 교복을 꺼내왔다. 마찬가지로 가방을 뒤적거려 가발을 찾아낸 토모에 마미가 교복과 함께 가발을 크롬에게 건네었다

 

"가발망은 또 없는데 아마 그쪽 머리스타일 보니까 망 없으셔도 될 것 같아요. 아 맞다, 핀은 그냥 쿄코씨가 오늘 하고 오셨던거 써야될 것 같아요. 그럼 지인분 탈의하시는 거 도와주시고 오세요!" 


 "
으으, 귀찮게시리. 알았어요. , 나기, 따라와. 탈의실 가자."

 
차마 많은 사람들 앞에서는 그녀를 상스러운 별명으로 칭할 수 없었는지, 그리고 또 그렇다고 그녀를 '무크로쨩'이 지어준 특별한 이름으로도 부를 수도 없었는지,  M.M은 크롬을 그녀의 본명으로 불렀다. 잠시 뜸을 들이던 크롬은 이내 고개를 끄떡이곤 M.M을 쫓아갔다

 

 

* * * 

 

 

우와, 예쁘시다!” 

 

  옷을 갈아입고 나와 일시적으로 미키 사야카라는 세 번째 이름을 얻은 크롬을 본 토모에 마미와 카나메 마도카가 동시에 감탄했다. 원본과는 차이가 꽤 있었지만, 그 이전에 모델 자체가 무척 아름다웠다. 그런 평가였다. 

 

 , 고마워요….” 

 

 , , 진짜 예뻐요! 아까전부터 쿄코 씨가 나기 씨…, 맞나? , 그냥 여기서는 편의상 사야카 씨라고 부를게요. 사야캬 씨랑 트윈 찍으시려고 벼르고 계시던데. 얼른 찍고 오세요.” 

 

 토모에 마미가 재촉의 의미로 미소지었다. 크롬은 멀뚱멀뚱, 빨갛게 상기된 M.M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항상 못생긴 호박이라면서….  

, , 상관 없잖아! 의외로 옷 예쁜 거 입혀놓으니까 괜찮더라고 말야! 그리고 딱히 너 말고 캐릭터  사야카랑 찍고 싶은 거거든? 오해하지 마!” 

 

….” 

 

으훗. 저도 모르게 뿌듯해진 크롬이 조금 웃었다. 뭐가 웃긴데?! M.M은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댔고, 그 뒤에서 크롬은 더 웃을 뿐이었다.  

 

 

무척 운 좋고 아름다운 하루가 되었습니다. 고마워요, 무크로 님. 이것도 전부 덕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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