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4)
서두
1. 가끔씩, 길을 걸을 때, 스스로 내가 얼마나 평범한 존재인지를 새삼스레 깨닫고는 치가 떨릴 정도의 어색함을 느낄 때가 있다. 나는 뱌쿠란 씨와는 달리 딱히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그래도 어쩐지 덮쳐오는 공허함이나 어색함 따위는 사라지지 않는다.
본론
2. 익숙해져 있었던 탓이다. 비록 익숙해져 있던 사람은 내가 아닌 10년 후의 나로, 일종의 타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기억 속에 있던 감정들은 이제는 제법 무던히, 그러나 아직 너무나도 생생히 내게 다가온다. 그 - 10년 후의 나 - 는 지금의 나와는 성격도 외모도 다름에도, 그는 너무나도 '나'였다. 그는 뒷세계를 주름잡는 마피아 패밀리의 2인자였다. 흰 제복을 입고 당당히 걷는 그는 ('나'인 만큼) 화려하지는 않았겠지만, 아마 조용한; 잠잠한 그런 박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를 보고 공포에 글자 그대로 오들오들 떠는 사람은 없었지만, 분명 그는 공포스러운 사람이었다. '조용한 박력'으로 거리를 주름잡았던 내가이제는 다시 원래대로, 이치대로 이렇게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깨달을 때에는, 이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임에도 위화감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3. 나는 앞으로 어떠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가? 나는 자주 자문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만약 미래의 내가 밟은 인생을 그대로 따라 밟는 인생이 된다면, 그것은 마치 루프(loop)하는 꼭두각시와도 같은 인생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은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와서 본연의 꿈을 좇으라 하더라도, 지금의 내게 그런 용기가 있을 리 또한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고뇌에 찬 얼굴로 걷는 나를, 사람들은 묘한 표정으로 쳐다보곤 했다. 저 아이는 묘한 아이다. 저 아이는 이상한 아이다. 있지도 않은 술렁거림이 들리는 듯했다. 망상장애일까나.
결론
4. 기억이 돌아온 이후로, 나는 이전보다도 밖을 다니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 하지만 집안에서 가족들을 보는 것도 거의 마찬가지의 수준으로 꺼려졌기에, 결론적으로 나는 있을 곳이 사라졌다. 세계를 구해낸 결과 치고는 굉장히 허무맹랑한 결과여서, 몇번인가 허탈하게 큰 소리로 웃은 적도 있었다. 이제는 그렇게 정신병자 같은 짓은 하지 않지만. 타인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진 것은, 분명히 기억이 돌아온 이후부터.
꼬릿말
5. 나는 내가 정말로 원망스럽다. 전부 내 탓인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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