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3. 19 ~ 2013. 3. 29) 

ㅡ A/N(작가의 말) : 일주일 쯤 전부터 구상해오던 초콜릿 소설입니다! 근 몇년만에 처음으로 써보는 연재작이라, 조금 어색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부디 즐겨주세요!

 

소설의 세세한 설정에 대해 조금 설명하자면, 원래 리본의 세계관으로부터 패럴렐입니다! 마피아는 연관되지 않습니다. 배경이 이탈리아인 만큼 원작에서 일본에 사는 캐릭터들은 (마피아도 아니니) 등장이 없는… 게 아니라 어떤 구실을 달고 나오겠죠(..) 크롬은 이탈리아에서 무크로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마피아에 관련된 게 전혀 없는 관계로, 무크로는 인체실험을 당하지 않았고, 양 눈 모두 푸른색으로 묘사됩니다. 아르꼬발레노인 마몬 역시 운명의 날 같은 이벤트가 통째로 삭제되기 때문에 아기가 아닙니다.

 

무크롬 외에도 주로 환술사 중심으로 많은 커플링이 나올 예정입니다! 만, 이번 편에서는… 벨마몬 정도 나오려나요. 마몬은 여아입니다. 민감하신 분들은 피해주세요! 

 

잡설이 길어졌군요, 죄송합니다. 그럼, 거듭 말하지만, 부디 즐겨주세요! ㅡ

 

 

초콜릿 동호회

                              -The Chocolate Club-

     #1

 

 

 카페는 4층에 걸쳐 건물 전체에 자리잡고 있었다. 1층은 일반 손님을 접객하기 위한 장소이자 카운터가 있는 유일한 층이었다(카페는 웨이터를 고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음식을 주문할 때마다 손님이 직접 카운터로 내려와야 했다.). 2층부터는 일반 손님들의 접근이 금지되는 동호인들만의 공간이었다. 사실은 초콜릿에 관심을 두지 않은 사람들도, 윗층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 형식상의 가입을 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입 그 자체는 매우 간단했다 - 병원 진료서를 써내듯 A5 크기의 종이에 큰 활자로 쓰여진 많지 않은 양의 양식을 작성하여 제출하는 것이 절차의 전부였다. 3층은 키즈 카페 - 어린이들의 천국 - 였다. 알록달록한 공기 공으로 채워진 바닥이며, 미니어처처럼 작은 놀이기구며 그야말로 어린이들을 위해 꾸며진 층이었다. 여기서 에로사항을 짚어낸다면, 카페에 어린이가 찾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카페의 모든 메뉴는 어른들의 입맛에 맞추어진 고급스러운, 쓴 맛이 나는 초콜릿이었다. 어린이들에게 'Cafe Chocolatissimo(카페 쇼콜라티시모)'란 메뉴는 맛없기 그지없는, 그런데도 엄청나게 비싼, 그런 인상의 기피대상이었다. 4층은 곧 옥상을 일컬었다. 화려한 3층에 비해, 옥상은 제법 휑한 공간이었다. 원형 철제 테이블이 딱 하나 비치되어 있었고, 경치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작은 계단도 딱 하나 설치되어 있었다. 물론 안전상의 문제를 고려한 울타리(철제)도 쳐져 있었다. 아주 높은 울타리는 아니었지만, 사고가 나는 일은 없었다. 자살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옥상은 흡연 장소였기 때문에 부주의한 사고의 어린이가 오는 일도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  *  *

 

 

 1층의 공간이 매우 제한되어 있었던 데에다, 2층부터 옥상까지야말로 카페의 진정한 편의시설(?)이라고 부를 만한 공간이었기 때문에, 카페 쇼콜라티시모의 초콜릿 동호회에 가입된 인원은 결코 적지 않았다. 로쿠도 무크로(강조하지만, 그는 이탈리아인이다 - 일본인이 아니다.) 역시 형식상으로나마 가입한 동호인의 하나였다. 주말의 카페 쇼콜라티시모는 평소의 두 배로 붐볐기 때문에 1층의 자리는 이미 꽉 찬 지가 오래였다. 그래서 2층까지 올라온 무크로(이름이 무크로이다. 그의 일본식 이름은 어쩐지 읽는 순서도 일본식 순서였다.)였지만, 애석하게도, 특히나 붐비는 그 날의 2층마저 꽉꽉 차버린 상태였다. 그래서 포기하고 그가 돌아가려던 찰나, 그와 함께 온 여학생이 무크로의 옷깃을 잡아끌었다. 자리라도 발견했나요, 크롬? 크롬이라 불린 여학생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녀가 빈 자리 - 비록 반쪽짜리였지만 - 를 가리켰다. 오야? 저 테이블엔 이미 사람이 있는데요? 무크로가 말하자, 크롬이 대답했다. 그래도…, 두 의자 비었는데…. 그녀의 얌전하지만 집요한 고집에 져버린 무크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그쪽으로 가죠, 나의 귀여운 크롬.

 

 "저어, 여기 외에 자리가 없어서 말입니다. 이 쪽에 앉아도 괜찮겠습니까?"

 

 무크로가 정중히 물었다. 그러자 테이블의 맞은 편에 앉은 눈을 가린 금발은 또 그 옆에 앉은 작은 체구의 소녀에게 물었다.

 

 "괜찮을까? 마몬."

 

 소녀 - '마몬' - 가 대답했다.

 

 "뭐, 상관없겠지. 어차피 깐깐하게 군다고 해서 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닌걸."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말하며, 무크로가 앉았다. 그의 왼편에 가만히 서 있던 크롬도 자리를 잡았다.

 

 

 "그래도 '동호회'라고 하는데, 분위기가 너무 어색하지 않습니까."

 

 무크로가 물었다 - 고 하기보다, 말했다. 마몬이 대답했다.

 

 "어쩔 수 없지. 만약 그렇다면 실례겠지만, 어차피 당신도 딱히 동호 활동을 목표로 신청서를 작성한 건 아니겠지?"

 "아니오, 나도 딱히 동호회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다만 1층의 자리가 가득 차서…, 가입을 한 것이 맞습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어색하면 불편하지 않습니까."

 "당신 소속감이 강한 사람이네."

 

 마몬의 평에, 조금 놀란 듯이 무크로의 얼굴 표정이 미세하게 바뀌었다.

 

 "그렇습니까."

 "이름이 뭐야?"

 "로쿠도 무크로, 라고 하는 이름입니다."

 "일본인인가?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 말이지."

 "아니오, 이탈리아인입니다. 댁의 이름은?"

 "마몬이라고 부르면 족해. 탐욕의 악마로부터 따온 이름이지."

 "자그마한 소녀에게 어울리는 이름은 아니군요."

 

 무크로와 마몬의 대화를 그 옆에서 경청하고 있던 금발이 '시시싯', 웃으며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래? 내 생각에는 지독하게 어울리는 것 같은데 말이야."

 

 마몬이 그에게 눈총을 주었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나는 벨페고르 - 나태의 악마의 이름이지. - 라고 부르면 되겠어. 애칭으로 '벨'이라고도 불리우지만, 처음 보는 천민에게 애칭으로 불리는 건 사양하겠다구."

 

 '벨페고르'의 말투가 그의 심기를 건드렸지만, 무크로는 여유롭게 대답했다.

 

 "루시퍼(오만의 악마)가 아니라 벨페고르?"

 "스페르비(오만)라는 이름을 가진 녀석은 따로 있어. 굉장히 교만한 녀석이지."

 "그 호칭들은 어떠한 특정한 단체에서 부여받은 겁니까?"

 "뭐어, 그렇지."

 "재수없는 네이밍 센스라고 한 마디 해둬야겠군요."

 "시시싯."

 

 벨페고르의 인위적인 웃음으로 두 사람의 대화가 단절났다. 지켜보기만 하는 것에 제법 지루해진 마몬은 크롬에게 말을 걸었다.

 

 "Good afternoon(굿 애프터눈; 좋은 오후), 거기 너."

 "앗…, …응……."

 "넌 이름이 뭐니?"

 "내 이름은 크롬. ……크롬 도쿠로…."

 "응, 응, 그래. 두 번씩 말 안 해도 알아먹어."

 

 마치 다른 나라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기라도 하듯이, 묘하게 답답한 대화였다. 그래서 곧 흥미를 잃은 마몬은 거기서 대화를 끊어버렸다. 그 행동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었다.

 

 그리고 나서 테이블에서는 별 다른 대화 없이, 간간히 코코아를 홀짝이는 소리가 날 뿐이었다. 크롬이 머그잔에 남아 있던 마지막 한 모금을 해치우는 것을 기다리던 무크로는 그녀가 마침내 잔을 비우자 곧 그녀와 함께 자리에서 일었다.

 

 "그럼, 우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자리를 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아아, 그래. 자릿세 낼 생각 없으면 쓸데없는 감사치레 하지 말고 가라고, 가."

 "쿠후후, 저이의 말대로, '마몬'이라는 호칭이 정말 잘 어울리는군요, 너는."

 "흥."

 

 "다음 기회에 또 뵙기를."

 "……."

 

 무크로가 등을 돌리며 마지막으로 인사했다. 별 말은 없는 크롬이었지만, 그녀의 커다란 눈망울은 그녀의 의사를 대신 전해주고 있었다. 마몬은 크롬에게 눈빛을 돌려주었고, 벨페고르는 말없이 손을 들어 인사했다(흔들기도 귀찮았나보다. 그의 이름, '벨페고르'의 의미를 무크로는 그제서야 약간이나마 이해한 느낌이었다.).


ㅡ A/N(작가의 말) : 기적적으로 둘째 편입니다! 백년만의 연재소설이라 이게 무사히 연재될지가 걱정이지만ㅠㅠ 일단 이걸 읽고 계신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이러저러한 사항은 1편때 전부 주의드려서 AN에 쓸게 없네요 ㅋㅋㅋ

 

 아, 맞다. 굳이 Good Afternoon이나 Good Morning 따위를 영어로 써놓고 괄호()를 쳐서 해석을 넣는 이유는 뉘앙스가 다르기 때문이에요! 좋은 아침, 좋은 오후보다는 안녕하십니까, 같은 뉘앙스인데, 안녕하십니까는 또 아니고 해서..

 

 (전부 쓰고 나서) 이번 화는 굉장히 날림으로 쓴 느낌이네요ㅠㅠ 사실 이번 화에 묘사하고 싶었던 부분이 글로 풀 게 만만치 않은 부분이었어서…. 딱딱한 세계에서 서로의 세계에 접촉하기 시작하는 낯선 사람들, 이라는 느낌이에요! ㅡ

 

 

초콜릿 동호회

-The Chocolate Club-

#2

 

 

 "어이, 무크로."

 

 주말도 아니라 빈 자리가 넘쳐나는 평일 오전의 카페 쇼콜라티시모에서, 한번 잠시 만나고 말 줄로만 알았던 상대편으로부터 먼저 이름을 불린 것은 무크로에게 제법 의외의 일이였다.

 

 "마몬…과 벨페고르, 였던가요. Good morning(좋은 아침입니다)."

 '다시 뵙게 되어 기뻐요!'

 

 무크로가 맞인사를 건넸고, 언제나처럼 그의 곁에서 크롬도 눈인사를 건네었다. 자연스럽게 마몬과 벨페고르가 앉은 테이블의 맞은편에 앉은 둘에게, 마몬이 말했다.

 

 "누가 앉아도 된다고 했지?"

 

 무례한 지적에, 무크로가 인상을 쓰며 자리에서 일었다. 그러자 그를 붙잡으며 마몬이 말했다.

 

 "자릿세…는 주지 않을 것 같네. 뭐, 좋아. 어차피 당신이 간다고 해서 돈이 들어오는 게 아냐. 앉아도 좋아."

 "이제는 더 이상 너희들의 곁에 있고 싶지가 않군요."

 "그래? 그렇다면 우리도 굳이 당신을 붙잡고 싶지는 않아. 다만, 그쪽은 어떻게 생각해, 크롬? 이쪽에 앉지 않을래? 나도 그쪽이랑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거든."

 

 지목받은 크롬이 움찔하며 시선을 무크로에게로 돌렸다. 어떻게 하죠, 무크로 님? 크롬이 시선을 보내왔지만, 무크로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저…, 무크로 님을 따라야 해요."

 "그건 어째서지? 응,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어. 벨, 이 녀석들, 붙잡을까?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아?"

 "그것도 그렇네, 시시싯. 너희, 여기 조금 있다 가주지 않겠어? 동호인 사이인데  말이야."

 

 "…무크로 님."

 

 며칠 전 생각없이 꺼낸 말을 인용당한 무크로가 움찔했다. 그에게 있어 나머지 두 사람은 어찌되든 좋았지만, 크롬에게 생각없이 말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한숨을 내쉬며, 무크로가 말했다.

 

 "좋습니다."

 

 

 "남자랑은 연인 관계인가?"

 "아, 아니야…."

 

 마몬이 묻자 크롬이 얼굴을 붉히며 대답하였다. 흐음, 그래? 잘 믿기지 않는다는 말투로 마몬이 되물었다. 그걸 보다 못한 무크로가 나서 크롬을 대신하여 말했다.

 

 "일단은…, 저로써 말하자면 보호자 같은 위치입니다."

 "당신, 보기 보다 나이가 많은 모양이지?"

 "아니오, 그녀와 나는 실제로 고작해야 두 살 정도의 차이입니다. 단지 금전이 부족하던 그녀를 일본으로부터 거두어와 동거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호오, 그래서 결혼은 언젠데?"

 

 벨페고르의 '폭탄발언'에 나머지 세 명의 이목이 일제히 그에게로 쏠렸다. 그리고 눈 깜짝할 새에, 경쾌한 퍽 소리와 함께 그가 옆으로 고꾸라졌다. 팔꿈치를 거두며 마몬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벨, 너무 입을 함부러 놀리지 말도록 해."

 "으으…, 방금 거 아팠어.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데?"

 

 몸을 일으키며 볼멘소리로 벨이 따졌다.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로, 마몬이 대답했다.

 

 "여자아이에게 결혼이란 인생이 걸린 중요한 문제라고. 함부로 소재로 삼아 놀리지 말도록 해."

 "역시 종잡을 수가 없다니까, 마몬."

 

 벨의 마지막 한 마디는 무시한 채 마몬이 소재를 돌렸다.

 

 "로쿠도 당신, 보기보다 상냥한 사람이네. 무보수로 딱한 처지의 사람을 거두어주다니 말이야. 아니면 혹시 크롬에게 연애감정이 있는걸까?"

 "앗, 그건…,"

 

 당황해 손사래치는 무크로에게 마몬이 웃으며 말했다.

 

 "대답하기 곤란하다면 안 해도 되."

 "아."

 

 그렇게 대화가 끊기고,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음료를 빨아마시는 소리와 과자를 부수어 먹는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울렸다. 피로한 한숨을 내쉬고 일어서는 무크로를 따라 크롬도 자리에서 일었고, 벨페고르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재미있었어. 조만간 또 얘기하자."

 

 무크로가 대답했다.

 

 "좋습니다."

 

 크롬은 미소지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마몬 역시 미소지었다.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미소지은 채 마몬이 조용히 중얼거렸지만, 아무도 그녀를 들은 사람은 없었다. 어쩔 수 없지, 마몬의 미소가 조금 씁쓸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주저 없이 큰 목소리로 그렇게 말할 수 있을 만큼, 그녀는 아직 성장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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