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20)

 전부, 그래, 부질없는 발버둥이었다. 고 세토는 생각했다.


 과거를 파괴했다. 수많은 전장에서 싸워 이겼다. 수많은 적을 짓밟았다. 수없이 여러 번 우월감을 느꼈다. 그럼에도 왠지모를 갈증은 이어졌다. 그리고 그를 - 무토 유우기를 - 만났다. 싸웠다. 패배했다. 투지를 불태웠다. 부수었던 과거를 몇 조각 다시 주워들어보았다. 그의 제안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제 없다. 하하하, 세토가 낮게 웃었다. 덧없는 실소였다. 그가 사라지고 잊고 있었던 갈증에 대해 기억해냈다. 주워들어 미래와 나란히 두고 숭배한 과거는 다시 날카롭게 날을 세워 날아들었다. 그래, 잊고 있었을 뿐이었다. 실로 그의 존재로써 해결 된 것은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었다. 부질없었다. 솔직히, 그가 그립기도 했다. 어둠 - 아니, 어둠보다 괴로운 공허 - 무. 빛도, 어둠도, 그 중간조차 되지 못하는, 무시무시한 존재하지 않음 - 을 잊게 해준 그가. 하지만 그 훨씬 이상으로... 부질없었다. 색안경 - 이라고 하기보단, 좀 더 외설적이지만 좀 더 정확한 표현으로, 콩깍지 - 을 씌여 맛본 행복은 너무나도 거짓되고 일시적이었다. 거짓됨 -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참이든 거짓이든 행복할 수만 있다면 상관 없었다. 하지만 오, 그 일시성! 그 거짓행복은, 금세 이렇게, 맥없이, 실체를 드러내었다. 영원히 계속될 듯한 공허일 뿐인 그 실체를.


 길 자체를 잘못 들었었다. 목적 자체를 잘못 잡았었다. 잘못 해메어 들어온 거리, 거기서 목표로 해 찾아해메었던 것. 무엇? 자신의 잘못된 곳을 꿰뚫어 보아, 그걸 고쳐 줄 애정어린 사람. 무토 유우기. 애초부터 그런 건, 그 같은 사람이 필요했던 게 아니었던 것 같다, 고 삽질 끝에 찾아낸 뒤에야 깨달았다. 그걸, 그를 찾아 해메인 거리. 잘못 흘러들어온 거리. 이것도 듀얼 디스크로 실체화시킬 수 있다면, 「WRONG WAY」라고 시뻘건 대문자로 확실히 박힌 표지판을 장착해둬도 좋겠지. ...부질없는 공상이었다.


 "...님! 형님!"
 "아아, 불렀나?"


 곤히 생각에 잠겨있던 세토가 언제인지 방에 들어온 동생의 부름에 정신을 차렸다.


 "응, 세 번!"
 "미안하다."


 "사과하지 말아요!"
 "그래서, 무슨 일로 불렀지?"


 "유우기가 왔어!"


 유우기인가. 유쾌하지 못한 이름의 어감에, 세토가 인상을 구겼다.


 "괜찮아요, 형님?"


 모쿠바가 걱정스레 묻자, 세토는 애써 평정을 되찾은 얼굴을 하곤 대답해주었다.


 "아무런 문제도 없다. 아까부터 걱정시키는 것 같아 미안하군."
 "괜찮대두...!"


 "유우기인가, 들여와라."
 "예!"


 기쁜 듯, 모쿠바가 촐싹거리며 방에서 뛰쳐나갔다. 잠시지만 다시 혼자 남겨진 세토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유우기. 그 녀석이 무슨 일로? 보나마나 또 하찮고 시시한 일일 것이 뻔하지.



*  *  *



 "...그러니까 카이바 군, 협력해줘! 우리들이 힘을 합치면...,"
 "내겐 의미 없다."


 나지막히 대답한 세토가 예전의 자신에 비하면 너무나도 상냥한 어조였음을 깨달았다. 아득히 머나먼 예전의 자신은 어떠했던가. 쏘아붙였을 테지. 교양없이 큰 소리로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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