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23)

 마키시마가 상체를 일으켰다. 오밤중이었다. 또, 그는 잠들 수 없었다 - 그는 잠이 특히나 적은 편이었다. 푸른 달빛 한 줄기가 창틀 사이로 방에 스며들었다. 마키시마의 순수하게 새하얀 머리칼이 푸른끼 도는 은색으로 빛났다. 그의 눈은 되려 녹색빛 - 그만의 금빛이 달빛 푸른색과 섞인 색 - 으로 빛났다. 그는 언제나와 같이 - 어쩌면, 언제나보다도 더 - 아름다웠다.

 

 최구성이 그의 옆에 누워 있었다. 당장 뽑아버려도 그는 미동도 하지 않을 - 인공적인 - 가느다란 두 눈을 감고 평화로이 잠들어 있었다.

 

 최구성을 내려다보며, 마키시마가 쓴웃음을 지었다. 고이 잠든 그는 정말 순수하고 상냥해 보였다. 그리고 그 두 눈을 뜨면, 그는 무시무시하고 평범한 기만자가 되는 것이었다. 마키시마는 더 이상 그에 신경쓰지 않았다. 그(최구성)는 그런 사람이었다. 어찌되었든 마키시마는 그를 좋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최구성을 그렇게 지어낸 사람인 다름아닌 마키시마 본인이었다. 그걸 두고 그를 탓하거나 증오한다면 매우 우스울 것이다.

 

 최구성 뿐만이 아니었다 - 모든 것이 그랬다. 모든 일의 시초는, 마키시마 자신이었다. 아아, 빌어먹을 시빌라 시스템. 하지만 그가 면죄체질자로 태어난 것은 시빌라 시스템의 계락이 아닌, 자신에게 주어진 필연이었다. 그리고 아무도 그의 면죄체질을 먼저 책망하지 않았다. 그의 가족들은 따뜻했고, 학우들은 썩 다정했다. 어렸을 적 다녔던 - 기회가 생기자 마자 그만뒀지던 - 교회 사람들 역시 항시 클리어 컬러를 유지했던 자신을 사랑으로 대해주었었다. 그런데도! (잠들 수 없는 오밤중엔, 그는 가끔씩 딜레마에 빠지곤 했다.)

 

 마키시마가 침대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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