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24)

Green Green Grass of Home

(song by Tom Jones)

 

 열네살의 빌헬름 쿠르트는 론즈브라우 왕국의 작은 농가에서 나고 자란 평범하기 그지없는 소년이었다. 소년은 총명하고 사려깊었으며 외모 또한 늠름하고 아름다웠으므로 마을 사람 모두에게 사랑받았다. 쿠르트 가문의 사람은 대대로 사랑받았다. 빌헬름의 아버지 또한 매우 강인하고 의젓해 마을에서 가장 인기 많은 총각이었기 때문에 고운 마음씨와 빼어난 미모로 마을에서 가장 인기 많은 처녀였던 빌헬름의 어머니와 결혼했다. 그런 두 사람으로부터 태어난 빌헬름 역시 장래가 촉망받았다.

 

 빌헬름은 열일곱이 된 해에 첫사랑을 했다. 상대는 작은 양치기 집안의 아홉살배기 외동딸이었다. 보드라운 하얀 살결과 풀 냄새가 나는 푹신한 갈색 머리가 좋았다. 그리고 이듬해 빌헬름은 군으로부터 부름을 받았다. 성으로 향하는 마차에 앉아 빌헬름은 조용히 생각하며 미소지었다. 전쟁이 끝나면 이 마을로 되돌아와 어엿한 숙녀가 됐을 메리에게 청혼해야지.

 

 그리고 빌헬름은 운명적으로 제 주군, 론즈브라우의 버림받은 셋째 왕자 그룬왈드 론즈브라우와 만났다. 그는 왕자 앞에서 무릎꿇고 알프트라움에 대고 맹세했다. 이 명이 다할 때까지 오직 주군만을 섬기겠노라고. 그리하여 빌헬름은 주군 곁에서 전장에 나갔다.

 

 제국의 공중전함이 추락했고 저주받은 힘을 가진 사악한 여장군은 죽은 자를 일으켜 론즈브라우군을 덮치도록 했다. 처음에는 론즈브라우가 유리한 듯 보였던 전쟁은 제국의 압승이었다. 장군의 하인이 된 죽은 자들은 살아있는 사람의 살과 근육과 뼈를 뜯어먹었고 몸을 뜯어먹혀 죽은 사람들은 또 장군의 하인이 되어 아직 살아있는 사람을 덮쳤다. 빌헬름의 충성심조차 수없이 몰려드는 죽은 자들 사이를 가를 수는 없었고 결국 그는 그의 주군과 최후까지 함께하지 못했다. 사방에서 장군의 하인들이 몰려와 그의 목과 팔과 다리를 뜯었다. 그는 빌헬름 쿠르트에서 의사 없는 장군의 하인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장군이 죽었고 장군이 부렸던 모든 죽은 이들도 잠들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잠들고 안식을 찾을 때에 불사자 빌헬름 쿠르트는 깨어났다. 깨어난 빌헬름은 주위가 온통 폐허였으므로 자신이 깨어난 곳이 어디인지 깨닫지 못했다. 일단 일어서 걷기 시작한 빌헬름은 얼마 안 가 다 쓰러져가는 낡은 성의 흔적을 발견했다. 문득 그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나의 고국 론즈브라우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빌헬름은 그 이후로 새로운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고향의 어머니와 아버지, 어여쁜 메리, 저의 주군 그룬왈드……. 예전에 의미를 두었던 것들은 둥둥 떠다니다가 이내 빛바랬고 과거도 현재도 희미해졌다.

  

 언젠가 죽게 된다면 고향의 한때 푸르렀던 잔디 아래 편안히 잠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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