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16


하나야 타이가 씨,

궁극의 가샤트의 존재를 알고 계십니까?

- 수수께끼의 존재 X


 하나야 타이가는 휴대폰 액정을 바라보며 두 번 깜빡였다. 시선이 '궁극의 가샤트'에서 머물렀다가 다시 '수수께끼의 존재 X'에서 멈췄다. 자신의 개인 연락처로 이런 내용의 서신을 보낼 이는 한 사람밖에 없었다. 그러나 '수수께끼의 존재 X'라니. 그가 그렇게 촌스러운 이름으로 촌스러운 장난을 칠 사람이었던가. 궁극의 가샤트란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지만 몇 번을 다시 읽어보아도 지나치게 유치하고 노골적이어서 설득력이 없었다. 그러나 그것까지도 발신자의 의도일 가능성이 떠오르자 잠도 달아났다. 어스름한 달빛이 낡은 창가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새벽, 하나야 타이가는 일어서서 문고리에 걸어둔 숄을 걸쳤다.

 폐부를 가득 메우는 초겨울의 새벽바람은 청량했다. 칙칙한 가로등 빛이 아스팔트 위에 물 섞인 아크릴 물감처럼 부서지고 있었다. 겐무 코퍼레이션은 멀지는 않았다. 얼룩덜룩한 길고양이에게 시선을 보내자 빤히 마주 바라보던 고양이는 이윽고 몸을 숨겼다.

 늦은 시각이었으나 건물은 열려있었다. 단 쿠로토는 언제 퇴근하는 것일까. 그에게도 돌아갈 집이 있을까. 엘리베이터의 '띵동'이 잡념을 정지시켰다. 사장실은 언제나처럼 모든 불빛을 환하게 켜서 낮과 밤의 구별이 되지 않았다. 고요하게 의자에 가라앉은 단 쿠로토는, 고요하게 눈을 떠 늦은 손님을 맞이했다.

 "지쳐 보이시는군요, 하나야 씨."

 "이건 무슨 의미지?'

 타이가가 문자 메세지를 띄운 휴대폰을 사장의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화면을 인식한 쿠로토는 반듯하게 미소 지었다.

 "역시 하나야 씨, 발신자를 단번에 알아채시다니."

 "시시한 장난을 하는군."

 "그러면 당장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할까요."

 쿠로토가 정면으로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진심을 말하겠다는 제스처이다.

 "'궁극의 가샤트'는, 실제로 존재합니다."

 "그건 어떤 게임이지?"

 "자세한 정보는 저도 모릅니다."

 "네가 만든 것이 아닌가."

 "예, 그것은 겐무 코퍼레이션이 만들지 않은 가샤트.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궁극의 가샤트'이죠."

 "원하는 게 뭐지?"

 계산이 빠르고 계획이 치밀한 사장이다.

 "거래를 하죠―'궁극의 가샤트'를 확보해주신다면, 겐무 코퍼레이션의 가샤트 세 대와 교환해드리겠습니다."

 타이가가 쿠로토를 노려보았다. 결국 사장은 어차피 거절할 수 없는 형태로 '권유' 해올 것이다. 따가운 시선을 가볍게 무시하며 쿠로토는 설명을 이어갔다.

 "슈퍼 닥터가 되는 데에 필요한 가샤트의 수는 열 대, 종류나 제작사는 관련이 없죠. 하나야 씨는 궁극의 가샤트 한 대보다는 저희 가샤트 세 대가 더 필요하신 상황이시죠?"

 하나야 타이가는 단 쿠로토가 손해 보는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장은 필히 일부 정보를 숨기고 있거나, 결국에 배신할 속셈인 것이다.

 "거리낄 게 어디 있나요? 수틀리면 머리에 한 방"―단 쿠로토가 자신의 머리에 대고 두 손가락을 모아 BANG! 하며 타이가를 흉내 냈다―"그걸로도 안 되면 목에도 한 방"―손을 조금 내려 목 언저리에서 같은 제스처를 반복했다―"두 방이면 되잖아요?"

 "…좋다. '궁극의 가샤트'를 찾아주지."


*


「성적 발표!成績発表」

 오렌지 컬러의 가샤트가 요란스럽게 울려댔다. 하나야 타이가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드디어 찾았다, 궁극의 가샤트―'태고의 달인 가샤트'.

 과연 궁극의 가샤트라서 손에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신기한 힘이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손바닥에서부터 동맥을 타고 올라온 따끈한 에너지는 온 팔에 끓어넘쳤다. 타이가는 북채 대신 주먹을 쥐었다.

 타박 타박, 철 계단을 밟는 경쾌한 구둣발 소리와 함께 남자가 올라왔다. 사장이었다. 뒤를 밟히고 있었나. 타이가가 중얼거렸다. 사장은 시원스러운 영업용 미소를 걸쳤다.

 "제가 원하는 것을 찾으셨군요."

 단 쿠로토가 궁극의 가샤트를 눈짓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은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야 타이가."

 타이가는 거래를 떠올리고, 사장의 얼굴을 보고, 자신이 손에 든 가샤트를 보았다. 사장이 제안한 거래는 선택지가 없는 강요였고 타이가도 처음에는 괜찮은 거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손에 넣은 가샤트를, 어떤 거래를 위해서도 넘기고 싶지는 않았다.

 "이 세상 모든 가샤트는 나의 것이다."

 타이가는 또 하나의 가샤트를 꺼냈다. 배뱅뱅! 뱅배뱅! Yeah~ 뱅뱅 슈팅!

 "내가 원하는 건 내가 알아."

 "그렇게 완고해서야 결국 아무것도 손에 넣을 수 없을걸요."

 "그 무엇도 양보하지 않고, 다 내가 가질 거다. 남김없이."

 "그러다가 죽을 겁니다."

 단 쿠로토가 가샤트를 꺼내 들었다. 검은 가샤트―프로토 가샤트다. 글쎄, 죽는 건 어느 쪽이려나. 전직 영상의학과는 생각했다. 프로토 가샤트란 방사성 물질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물건이었다.

 마이티 점프! 마이티 킥! 마이티~ 액션~ X!


 *


 "아쉽네요, 가면라이더 스나이프."

 가면라이더 스나이프는 쓰러진 채로도 손가락을 꿈틀거리며 필사적으로 가샤트에 다가가려고 했지만 가샤트는 가면라이더 겐무에게 가볍게 빼앗겼다. 가면라이더 겐무의 가면 뒤로 단 쿠로토가 싸늘하게 웃었다. 조소는 가면을 뚫고 하나야 타이가에게 꽂힌다. 타이가는 무겁고 거친 호흡을 하며 거의 움직이지 않는 팔로 힘겹게 총을 고쳐잡았다. 궁극의 가샤트의 부작용인지 온몸이 얼어붙었는데 양팔만 화끈거리는 느낌이었다. 널브러진 채 꼬물거리며 조준하는 스나이프를 겐무는 차갑게 내려보았다.

 "하나야 타이가, 인정하셔야죠―제가 당신보다 우수합니다."

 "…두 방이면 돼."

 "흐음?"

 "머리에 한 방."

 스나이프가 무거운 방아쇠를 당겼다―"…그걸로도 안 되면"―목표에서 한참 벗어난 탄이었다.

 "목에도 한 방."

 한 번 더 발사했다. 겐무가 고개를 까딱하자 그대로 빗나갔다. 가면라이더 스나이프가 사라지고 하나야 타이가만이 쓰러져있었다.

 "전에도 말했잖아요. 그러다가 죽을 거라고."

 타이가는 온통 엉망이어도 쏘아보는 눈빛만큼은 바래지 않았다. 그런 눈빛을 온몸으로 받다가, 이윽고 가면라이더 겐무도 단순한 단 쿠로토로 돌아와 허리를 굽혀 하나야 타이가와 시선을 맞추었다.

 "알고 있겠지만, 당신이 죽어도 아무도 모릅니다."

 "……."

 "……그래도 상관없겠지요, 당신은."

 단 쿠로토는 손을 내밀었다.

 "살려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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