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19)


* "메가니이" ↔ "안경 오빠". 아카이 쪽은 본명 취급.

* 마찬가지로 "메가네에" ↔ "안경 언니". 일본어판을 존중합니다...

* 레오나는 젠더퀴어...이지만 글만 읽어서는 젠더퀴어인지 시스젠더 게이인지 애매하긴 함. 일단 젠더퀴어 생각으로 썼음.

* 아카이 메가니이상은 시스헤테로 페도필리아 퀴어포빅

* 반복하지만 안경 오빠가 페도필리아에 퀴어포빅



<지향작용>


0.

 레오나 웨스트에 대한 사견.


 달콤한 딸기 같은 소녀. 핑크색 머리카락은 부드러운 웨이브가 들어간 단발이다. 그리고 유리알 같은 체리빛깔 눈동자와 우유 같은 흰 피부. 목소리는 라라나 파루루와 같은 프리즘 보이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리고 사근사근해서 예쁘다.

 (야하다.)


 홀로 앉아있는 거실, 테이블 위에 곱게 포장된 상자가 올려져 있다. "2월 14일은 세인트 발렌타인 데이." 솔라미 스마일의 라이브가 아직도 귀에 남아있는 기분이다. 솔라미 스마일은 좋은 아이돌이다. 재능도 열정도 넘치는. 그런 아이돌들이 귀와 마음에 잔향을 남기는 라이브를 한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아이돌의 신규유입과 성장에 있어 필요불가결적 존재인 자신이 자랑스럽다. 그렇기에 지금껏 직업을, "메가니이"를 관둘 수 없었다. 달리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메가니이"는 천직이었다. 아이돌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과 미소와 하찮은 음악적 재능밖에 가진 것이 없는 남자에게 맞는 일은 몇 없다.


 「from 레오나 웨스트」.


 아카이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프리파라에서의 미소(영업용 미소)와는 조금 다른 웃음이다. 조금 기묘한, 다소 섬뜩한. 초콜릿 안경의 안경다리를 부수는 손과 그것을 집어삼키는 입은 포식자의 것이다. 혀에 달콤함이 쏟아졌다. 레-오-나. 혀가 한 번 이빨에 닿았다, 떨어졌다가 다시 한번 입천장을 건드린다. 레. 오. 나.[각주:1] 수줍은 미소와 눈동자 색에 맞추기라도 하는 듯 체리 같았던 홍조를 띈 얼굴을 기억했다. 


 피가 몰린다고 자각했다.

 곤란하네. 아무도 없기에 중얼이는 목소리에는 동요가 없다.


 검은 하늘에 은은하게 빛나는 달도 동요가 없어서 고전적인 연애 소설의 문구를 연상시켰다. 일어로는 달이 아름답네요, 영어로는 아이 러브 유. 초콜릿도 이것도 다 그런 의미잖아.


1.

 아침, 프리파라에.

 출근은 월화수목금금금. 아카이는 직원용 마이패스를 스캔했다. 


 "오늘의 코디는 금색 포인트가 고급스러움을 더해주는 흰 셔츠에 노란색 바이어스로 완성된 블루 컬러의 베스트! 심플한 블랙의 팬츠가 정장룩에 안성맞춤이야! 빨간 안경이 너무나도 어울려!"


 메가네에가 생긋 웃었다. 장난스러운 비아냥이다. 변함없는 아침의 형식이다. '잘 부탁해, 메가니이상. 한 달만 일해보면 길 가다 안경점만 봐도 트라우마로 손이 떨리게 될거야.' 첫 출근 날 그녀로부터 들은 말이었다. 눈을 휘고 입꼬리를 올리는 요령을 그녀에게서 배웠다.


 오후 한 시 반은 레오나 웨스트가 도로시 웨스트와 떨어져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레오나는 지하로, 도로시는 3층으로 향하는 이동수업. 그 때 레오나 웨스트의 프리패스가 울린다.


 액정에 나타나는 얼굴에, 레오나는 프리패스를 떨어뜨릴 뻔한다.


 그 미소에 몇 번을 살해당한 기분이었는지 모를


 "메, 메가니이상……!"

 

 당황의 기색이 역력한 레오나의 모습에 일순 메가니이의 표면이 붕괴의 위험에 처한다. 그러나 아카이는 메가니이를 지키는 데에 익숙하다. 천직이니까.


 ―발렌타인 초코의 답례 프레젠트를 준비했습니다. 오늘 밤 신주쿠역에서 기다릴게요. 혼자 와주면 기쁠 것 같아요, 레오나 양.


 방긋 웃었다.


2.

  오후 9시 16분. 레오나 웨스트는 조금 웃지 못할 기분이었다. 처음으로 도로시와 싸울 뻔했다. 하지만 과하게 놀린 건 도로시 쪽인걸. 메가니이상도 나빠. 왜 하필 데이트 신청마냥 그런 식으로. 아스팔트 위로 그림자가 길게 드리웠다.


 "레오나 양?"


 레오나가 화들짝 놀랐다. 뒤돌아보자 붉은 안경의 청년이 서있었다.


 "메가니이상!"

 "네에, 저랍니다."


 깊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틀림없이 익숙한 메가니이의 것이어서, 레오나는 무심코 웃었다. 프리파라 밖에서 보는 메가니이는 외관상으로는 다소 새로운 느낌이었다. 아주 조금 더 날카로운 눈, 어둑한 밤하늘 아래에선 칠흑으로 보이는 검은 머리카락, 캐주얼한 옷차림. 브이넥 티셔츠가 숨김없이 드러낸 쇄골이 달빛을 받아서 하얀색으로 보였다.


 "살고 있는 곳이 바로 근처랍니다. 날씨가 추운데, 들어가서 이야기할까요, 레오나 양?"

 "아…."


  레오나가 버벅이는 것도 전부 예상대로이다. 아카이는 몇 번이고 보아온 패턴.

 

 "네……!"

  


3.

 침침한 조명 아래에서 레오나 웨스트의 눈동자는 핏빛이다.

 베게 위로 분홍색 물줄기처럼 쏟아진 곱슬머리, 풀어헤쳐진 블라우스, 벗겨져 무릎 아래로 내려진 치마.


 아카이는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교복 바지를 입으면 레오나 웨스트 군. 프리파라에서는 레오나쨩.[각주:2] 우습지도 않았다.


 앳된 양손으로 필사적으로 다리 사이를 가렸다. 억눌렀다. 숨김없는 경멸과 어쩔 수도 없는 수치심을 피해, 레오나는 고개를 돌려 베게에 옆얼굴을 파묻었다. 그제서야 왈칵 쏟아지는 눈물이 코를 타고 흘러내려 베게를 적셨다. 그 감각에 연쇄작용을 하듯이 눈물이 퍼붓기 시작했다. 프리파라 밖에서는 흉내내도 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 어떠한 연정도 비극으로밖에 통할 수 없을 줄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커다란 작용의 존재를 느꼈다.

  1. 소설 <롤리타>의 패러디 [본문으로]
  2. 원문 : 롤-리-타. 세 번 입천장에서 이빨을 톡톡 치며 세 단계의 여행을 하는 혀 끝. 롤. 리. 타. 그녀는 로, 아침에는 한쪽 양말을 신고 서있는 사 피트 십 인치의 평범한 로. 그녀는 바지를 입으면 롤라였다. 학교에서는 돌리.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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