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21)

eight (feat. 하츠네 미쿠) - 焼身証明소신증명 

 ―죽을 것 같아.

 A는 입버릇처럼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 무렵 A는 무척이나 공허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A는 그 때 이미 유령 같았다. 투명해지고 있던 A B.B.가 끌어안았다. 강하게 끌어안는 양 팔 안에서도 A는 금방 사라질 것만 같았다.


소신증명

Beyond Birthday*A

w. Runtz


 아이들이 수군거렸다. A가 자해를 해서 보건소에 실려갔다는 소식이었다. 로저는 무척이나 충격먹은 눈치였다. 아이가 자해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유망주였던 A 그런 멍청한 선택을 했다는 것에 대한 충격이었다. 경쟁시켜 키운 무정한 아이들은 소란을 피워대면서도 진심으로 A를 걱정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대부분의 아이들에게는 경쟁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일 따름이었다. 더구나 A는 첫 번째로 선발된 후계자 후보였다많은 아이들은 A를 특히 시기하고 있었다. 아예 죽어버리지, 아깝다. 누군가 말하는 것은 비욘드 버스데이는 들었다. 비욘드 버스데이는 보건소로 향했다.


 A는 왼팔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비욘드가 다가가자 A가 침대 위에서 상반신을 일으켰다. 비욘드가 A 곁에 의자를 끌고 와 앉았다. A가 약하게 웃었다.

 “안녕, 비욘드.”

 A는 길게 말하지 않았다.

 “아스파이어(Aspire), 너는 죽고 싶어?”

 비욘드는 직설적으로 물었다. A는 잠시 고민하는 척을 했다.

 “…… 잘 모르겠어. 하지만 여기서 벗어나고 싶어.”

 “그러면 도망치면 돼.”

 비욘드는 어느새 뚜껑을 딴 딸기잼 병에서 잼을 한 손가락 퍼서 A의 입가로 가져가며 말했다. A는 기운 없이 비욘드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A의 입안에서 비욘드의 손가락의 짭쪼름한 맛과 딸기와 설탕의 단맛이 섞였다. A가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아니야, 비욘드. 물리적으로 이 장소에서 떨어진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것 같아.”

 “정말로 그럴까?”

 “비욘드 너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만약 여기서 도망쳐나가더라도 계속 머릿속에서 퀼시랑 로저가 L처럼 되지 않으면 버려질 거라고 괴롭히고 애들이 나를 협박하거나 조롱하는 소리도 계속 들릴 거야……. 나는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

A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비욘드는 굳이 직설적인 , 나는 죽고 싶어.’를 듣지 않아도 A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었다.

 “죽으려고 그은 거야?”

 “아니.”

 “, 아닐 것 같았어.”

 그렇다면 어떤 목적으로 스스로의 살을 날카로운 칼날로 파고들었나. 비욘드는 그것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A를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연약하게 누워서 힘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러나 목적을 가지고 스스로의 피부도 아랑곳 않고 파낼 수 있었던 강한, 비욘드가 생각하는 외유내강의 궁극체인 A는 뭇 아이들과 달리 겸손하고 부드럽고 다정했고, 퀼시 와미가 고른 첫 번째 후보답게 가시를 둘러 무장하는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총명했다. 비욘드는 그런 A를 알아보았고, 아꼈다. 특히, 비욘드는 A가 가끔씩 불현 듯 말하는 철학적이거나 시적인 구절들을 무척 좋아했다.

 “달이 아름답네요.”

 “, 그런 것 같네.”

 비욘드가 대답하자 A가 눈을 내리깔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기숙사로 돌아가지 않아도 돼?”

 “상관없어.”

 빈 딸기잼 병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비욘드가 허리를 굽혀 얇은 이불이 덮인 A의 무릎 위에 상체를 살짝 엎드렸다. 깨끗한 오른손이 검은 머리카락을 얕게 쓰다듬었다. 와미즈 하우스의 제왕, 무자비한 비욘드 버스데이. 그런 그가 나약한 자신 곁에서 밤을 지새워주는 것이 A는 지나치게 고마웠다. 창백한 달빛이 창을 비추었다. A는 눈을 감았다. A가 잠들었을 때 비욘드가 눈을 떴다. 비욘드는 밤새 잠을 자지 않았다.


 그날 A는 도서실에 간다고 했다. 비욘드가 A를 찾아 도서관으로 갔을 때 A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사서에게 묻자 A The Peaceful Pill이라는 책을 빌렸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비욘드는 그것이 어떤 책인지 알고 있었다. 비욘드는 A가 어디에 있는지 아느냐고 물었지만 사서는 거기까지는 알지 못했다.비욘드는 가장 먼저 보건소로 달려갔지만 그곳에도 A는 없었다.

비욘드가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옥상이었다. A는 석양을 배경으로 임하여 있었다. 불타오르는 하늘 앞에 서서 A는 붉게 빛나며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비욘드는 그 자태에 다가갔다.

 “아스파이어, 뭐 해.”

 “상쾌한 공기를 쐬면서 독서하고 싶었어.”

 “오늘의 미세먼지농도는 미터세제곱당 이백 밀리그램이야.”

 비욘드의 코멘트에 A는 입에 손을 가져다대고 아하하 웃었다. 비욘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A는 웃음을 멎고 촉촉한 눈으로 비욘드의 눈을 들여다봤다. A는 역광을 받고 있었다.

 “내가 없어지면 비욘드는 나를 잊지 않을 거야

 질문인지 평서문인지 모호했으나 명백한 선언이었다.

 비욘드가 두 발짝 걸어서 다가가 A를 끌어안았다. A가 비욘드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비욘드는 참 따뜻했다. 그러나 강하게 끌어안는 양 팔 안에서도 A는 금방 사라질 것만 같았다.


 이튿날 A는 비욘드 버스데이를 아무도 없는 낡은 체육창고로 불러내었다. A는 얇은 양팔로 기름을 한 통 들고 있었다. A는 미소를 짓고 비욘드에게 창고 문을 잠가달라고 부탁했다. 비욘드는 그렇게 했다.그러자 빛이 들지 않아 주위가 온통 새카매졌다. A가 기름통의 뚜껑을 열었다. 빨간색 뚜껑이 바닥에 떨어지며 탁 소리가 났다. 한 손으로 통을 들어올리며 A는 몹시 휘청거렸다. 기름이 넘쳐서 바닥과 A의 발 위에 쏟아졌다. 쏟아진 기름이 퍼져서 비욘드의 발끝에까지 닿을 듯 했다. 비욘드가 물러섰다. 약간을 바닥에 쏟은 덕에 통은 더 가벼워져 A가 똑바로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A는 통을 들어 자신의 머리 위로 부었다. 머리카락부터 흠뻑 젖은 A가 어둠 속에서 반짝거렸다. A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 성냥을 꺼냈다. 우아한 손동작이 성냥개비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A는 손바닥을 펼쳤다.

바이 바이.’

 모든 것이 불타올랐다.


 호텔 콘도미니엄 1313호 룸의 침대에서 비욘드 버스데이는 A를 떠올렸다. 손에 든 라이터를 딸깍거리며 A를 집어삼켰던 불꽃을 떠올렸다. 비욘드 버스데이의 계획은 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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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관련 설정은 전부 날조입니다! <데스노트 어나더 노트ㅡ로스앤젤러스 BB 연속 살인 사건> 108쪽의 [첫번째 아이였던 A는 L이라는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으 끊었고 두 번째 아이였던 B이자 비욘드 버스데이는 너무 탁월한 나머지 일탈했다.]라는 구절이 A에 대한 공식 묘사의 전부입니다만 그게 너무 좋아서... 별 날조 소설을 다 써버렸네요! 1세대 와미즈 사랑합시다~~~!!


처음에는 A는 Another(Another L; 또다른 L)의 약자라고 할까 생각했지만 Beyond나 Near가 긍정적 의미를 내포한 단어인만큼 A의 이름도 긍정적인 뜻일거란 생각이 들어서 Aspire로 생각을 바꿨습니다. Near가 니어가 아닌 '니아'로 발음되므로 일부러 Aspire도 어스파이어가 아닌 '아스파이어'로 표기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M 아이들 (매트와 멜로) 이름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군요... 그리고 린다는 무려 L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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