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19)


에일리언


도쿄 뮤우뮤우

아오야마 마사야, 모모미야 이치고, 킷슈


 A.

 킷슈에게 남아있는 사랑은 없다.


 모모미야 이치고. 킷슈는 그 이름을 떠올린다. 킷슈에게 있었던 사랑의 이름이다. 그것은 잠시 사랑이었다. 잠시. 애초에 사라잉 아니었고 종국에도 사랑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간지러운 호기심이었고 끝에는

 찢어지는 아픔이었다. 그런 조잡한 것이었지만 잠시만큼은 사랑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튼 지금은 아프다. 들이쉬는 숨마다 몸 속에 독을 퍼뜨리듯 킷슈는 서서히 죽어간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것일까. 어쩌다가 이렇게. 상념한다.


 여기서 떠오르는 이름은 아오야마 마사야다. 아오야마 마사야의 존재 때문에 이렇게 되었던가. 그래서 그를 그토록 증오했다. 새까맣게 불타는 증오심으로 그를 죽이고 이치고를 차지한다는 작전이 있었다. 그것은 나쁜 계획이었다. 아오야마 마사야가 없어진 시점에서 모모미야 이치고가 자신을 돌아보는 게 아니라는 것을 몰랐던 시절이었다. 모모미야 이치고의  말. 그런 어떤 말을 들을 때까지 멈출 수 없었다. 그 말은 날카로운 낱붙이가 되어 지금까지도 같은 감도로 가슴을 후비고 있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각주:1]


그래도 한 때는 모모미야 이치고를 사랑했노라고 킷슈는 회상한다. 그런 점에서부터 킷슈는 이미 아오야마 마사야에게 지고 있다는 것을 킷슈도 안다. 킷슈는 여전히 아오야마 마사야에게 지고 싶지 않지만 이제와서는 다 꼴도 보기 싫을 뿐이다. 왜냐면 이제 킷슈에게 남아있는 사랑은 없기 때문이다.


 외계적인 고독이다.


B.

 모모미야 이치고는 지옥에 당도했다.


 아오야마 마사야가 모모미야 이치고의 전부였다. 그는 완벽한 연인이었다. 그런 그의 미소를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지구를 지키기도 했고 그가 죽는다면 나 역시 죽겠노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실제로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죽지 않았다. 이치고는 죽은 듯이 어색하게, 그러나 사랑간다. 숨을 멈춘 채로 호흡한다는 것 그와 같은 모순의 궤적을 남기는 일상의 굴레. 아오야마 마사야를 생각했다. 다른 바다에 그러나 똑같이 갈아앉고 있을 그를 생각하면 그가 죽으면 나도 죽겠다고 한 선언은 그 나름대로 이루어진 셈이다.


 아오야마 마사야의 손을 잡고 다닌 모든 장소가 지옥이 되었다. 불행하게도 이치고는 아오야마를 옆에 끼고 온 도쿄를 쏘다닌 역사를 지녔다. 발을 딛는 거리마다 녹아내린 아오야마 마사야의 다정이 끈적하게 밟혔다. 이치고는 꼭 한 발짝도 움죽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횡단보도를 건너면 자동차가 매연을 뿜어냈고 하늘로 피어오르는 회색 연기에서 아오야마 마사야의 불행을 보았다. 도무지 보이지 않았던 것들.


 아오야마 마사야는 불행한 남자였다. 이치고는 그런 그를 웃게 하고 싶어서 무엇이든 했을 터였다. 이치고 자신은 타고나지 않은 불행. 그런 모모미야 이치고는 평생 이해하지 못할, 그리고 아오야마 마사야로서는 이해를 바란 적 없는, 그러나 이치고는 이해하고 싶었던. 모모미야 이치고와 아오야마 마사야의 엇갈림은 대개 그런 식이었다.


 ㅡ내 것이 되거나

 ㅡ부서져라


 이치고의 머리를 스치는 3류 로맨스 스릴러에 나올 법한 대사는 킷슈의 대사다. 킷슈, 잊을 수 없는 이름. 아오야마 마사야를 증오했던 이의 이름. 그리고 그의 말은 이제와서는 불길한 예언이 되었다. 이미 맞아떨어진. 생생한 고통이 어렸던 금빛 눈을 떠올린다. 이치고는 이제야 알게 된 아픔. 그러나 선명한 금빛 광채의 이미지를 그려내면 일단은 소름이 끼친다.


 거기서 문득 이치고는 숙명적 감각에 사로잡힌다. 혐오의 차례가 곧 자신에게 돌아오는 숙명이다.


  1. 김광석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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