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27) 다크펫♀ ← 깜까미♂

 안녕, 난 미미야.

 미미는 아직도 자신을 그렇게 소개했다. 미미라는 이름을 붙인 소녀는 진작에 미미를 버리고 사라졌다. 미미는 소녀도 이름도 저주했지만 별달리 새 이름을 지어주는 이도 없었기에 계속 자신을 미미로 소개했다. 미미의 좌우명은 복수와 불신이다.

 

 깜까미는 자신의 이름은 커녕 언제부터 자신이 그 동굴에서 보석을 파먹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언제부터 두 눈마저 보석이 되어버렸는지 모른다. 그는 트라우마도 추억도 없다. 그래서 그는 문득 동굴에서 나가보기로 했다. 언제부터 동굴에서 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전에 나간 적이 있었던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온 호연을 어슬렁거리던 깜까미는 우연히 송화산에서 미미를 만난 것이다. 미미는 아주 예뻤다. 깜까미에게 있어 아름다움이란 곧 보석을 뜻했다. 미미는 보석이 아니다. 그런데 아름답다. 그런데 보석이 아니다. 깜까미는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미미의 빨간 플라스틱 눈알이 보석으로 보였다.

 아름다운 것은 보석이어야만 하므로.

 

 미미에게 보석은 전혀 다른 것을 뜻한다. 미미는 인간의 탐욕을 잘 안다. 그리고 그것을 몹시나 혐오한다. 모든 인간들은 궁극적으로 보석을 탐한다. 인형을 팔면 돈이 되니까 인형을 만들고 되팔 가치도 없는 인형은 갖다 버릴 뿐이다. 그들은 미미를 질뻐기가 우글거리는 쓰레기장에 집어던지고 아무렇지도 않게 발길을 돌렸다. 미미는 너무 낡아서 팔아도 돈이 안 나올거야.

 

 천 원 가치도 남아있지 않은 미미에게 깜까미는 사랑한다고 말했다. 화려하게 말할 줄 모르는 깜까미의 아주 간결한 고백이었지만 그것은 진심이었고 미미도 그를 믿었다. 오른쪽 눈을 파이기 전까지는.

 

미안해, 난 네 눈이 보석인 줄로만 알았어.

 

 팔짱을 끼고 그르렁거리는 미미의 발치에서 깜까미가 싹싹 빌었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함을 표현할 방법조차 몰라서 미안해를 그저 반복했지만 미미의 마음은 약간도 동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 눈에 손 댔어?

미안해, 진짜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

내 눈을 노리고 지금껏 추태 부렸다는 거지?

 

 미미가 남은 눈을 쿡쿡 찔러대며 깜까미를 몰아붙였다. 싸구려 플라스틱 소재였다. 보석에서 눈물이 흐를 수 있었다면 깜까미는 펑펑 울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거 아니야! 제발 믿어줘!

그런 거 아니면? 그런 거 아니면 뭔데?

네 눈을 보는데, 그게 갑자기 너무 보석 같은 거야. 너무 반짝반짝하고, 너무 예뻐서 그래서 그만 한 순간 보석이라고 착각해서 그런데 보석이라고 생각하니까 통제가 안 되는 거야…… 나는 보석을 먹고 사니까…….

그걸 변명이라고 하니?

 

 

 미미가 홱 돌아섰다. , 잠깐만, 가지 마. 울먹거리며 깜까미는 처절하게 팔을 뻗었지만 미미는 성큼성큼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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