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26)

멜로는 와미즈 하우스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달이다.

운동장을 뛰노는 멜로는 반짝반짝 빛났다. 미지근한 여름 바람이 불어와 금발을 흔들었다. 피부는 땡볕 아래 핏기 가득한 건강한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단련된 동작으로 골대에 공을 차 넣으면 아이들이 환호했다. 멜로가 활짝 웃었다. 해바라기 같은 미소를. 곁에서 빨간 머리 소년이 함께 웃으며 팔을 치켜올렸다. 소년들의 손바닥이 맞부딪쳤다.

니아는 와미즈 하우스에사 가장 고독한 태양이었다.

L의 후계자는 하얀 방에서 백지 퍼즐을 맞추고 있었다. 새하얗게 점멸하는 와미즈의 태양. 하얀 파자마를 입은 니아는 머리카락이나 피부까지도 창백했다. 홀몸의 태양이 따갑게 작렬할수록 달도 밝게 빛났다. 달님 멜로는 생명을 불태워가며 창백한 태양을 앞지르려 빛을 냈다. 멜로는 그럴 때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니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퍼즐을 맞췄다. 퍼즐의 빈틈에 고여있던 빛이 맞춰지는 퍼즐 조각에 밀려나 흘러넘쳐 니아의 소매에 튀었다. 니아는 빛나는 것을 볼 때마다 멜로를 생각했다.

해와 달은 뜨고 지고, 돌고 돈다.

(사랑하는 멜로.)

니아는 멜로에게 네가 나보다 더 아름답게 빛난다고 말해주고 싶기도 했다. 늘 자신보다 밝게 빛나고 싶다며 멜로는 열등감을 불태웠다. 그 열기가 꼭 여름 같아서. 여름이라는 계절은 꼭 멜로 그 자체였기 때문에 니아는 여름을 좋아했다. 태양이 가장 미움받는 계절이다. 멜로의 열등감은 해가 지날수록 가속도를 붙여갔다. 매년 여름 니아는 새롭게 미움받는 것 같았다. 멜로의 증오를 사랑했다. 그래서 니아는 멜로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멜로가 지나치게 니아를 싫어했다.

사실 니아는 무섭다.

멜로가 눈에 살의를 담으면 누구든 무서워한다.

니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고 멜로는 꼭 그런 눈으로만 니아를 보았다.


L이 죽었다.

로저가 멜로를 보며 제안을 말했다. 니아는 표정 없이 동의했다. 드디어 멜로를 잡았다고 생각한 찰나 멜로는 흩뿌리며 와미즈 하우스에서 사라졌다. 엇갈렸다. 니아는 멜로가 혼자서 키라에게 대적할 수 없음을 안다. 숨 죽인 안녕―니아는 차라리 스스로 멜로를 죽이기로 정했지만 니아는 늘 사적인 감정은 억제할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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