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2)

도S 히비키... 라는 느낌으로 쓰기 시작한 글

감금 소재 주의


낯선 천장.


방은 대개 하얗다. 흰 벽에는 얼룩이 없다. 반짝거리도록 코팅된 목재 서랍장이 있고 비싼 금으로 장식된 거울이 화장대에 붙어있다. 기본적인, 그러나 비싼 화장품이 화장대 위에 나열되어 있지만 하나도 손댄 것이 없다. 서랍 안에는 종이가 쌓여 있다. 시쿄인 히비키가 읽을 수 없는 토속 언어로 쓰여진 글이 대부분 꾸겨진 채 나뒹굴고 있다. 서랍장과 벽 사이에 끼어있는 솜과 캐시미어와 실크로 만들어진 침대 역시 서랍장 위에 방치된 화장품처럼 사용되지 않는 채다.

미도리카제 후와리는 이 풍경이 지긋지긋하게 싫다.


너무 하얗고, 너무 푹신하고, 합성섬유 냄새가 너무 강한 방. 다시 머리가 아파왔기에 후와리는 서랍 위에 둔 통에서 진통제를 한 알 꺼내어 목 뒤로 넘겼다. 두통이 심하다고 호소하자 시쿄인 히비키가 넣어둔 것이었다. 납치범의 약에 의존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으나 이내 진통제를 먹기 시작했다.


방에는 시계도 창문도 없지만 후와리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감각으로 밤의 도래를 직감한다. 밤을 직감하자 이어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하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시쿄인 히비키는 밤에 찾아온다.


   벅

    벅

하며

다가오는 발소리가 귀에 꽂혔다.


그리고

열리는


문.


서늘함과 함께 시쿄인 히비키가 발을 들인다.


“다녀왔어, 후와리.”

“히비키 님……”


히비키는 다정한 얼굴을 하고 있다. 상냥한 미소를 머금은 채 두 걸음 다가와 후와리를 가볍게 팔에 안았다. 후와리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두근 두근 두근 격앙된 고동은 맞닿은 히비키의 몸에 전해졌다. 이에 히비키는 흡족함을 숨기지 않으며 부드럽게, 부드럽게 속삭였다.


“연습은 성실하게 하고 있었니?”

“전…….”


몇 번이나 말해온 것이다.

어떤 말도 전해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말하는 것을 그만두는 게 나을까?


“저 더 이상 프린세스가 되고 싶지 않아요……”

“후와리.”


히비키가 가벼운 손짓으로 후와리의 턱을 집어들어 눈높이를 맞췄다. 얼음 같은 눈빛에 무심코 몸을 떨었다.


“그렇게 내게 미움받고 싶니?”

“히비키 님, 저는……”

“후와리.”


히비키는 침착하게 갈아앉은 눈빛이다.


“이제부터는 성실하게 연습할거지?”

침을 넘기고 입술을 문다. 그리고 후와리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닌 건 아니예요.


―꺄악!


새된 비명이 울렸다. 후와리의 시야가 일순 까맣게 점멸했다. 원래대로 돌아오는 순간 가벼운 몸이 땅을 구르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힘겹게 상체를 일으켰다.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시쿄인 히비키가 성큼성큼 다가갔다. 후와리는 일어서 도망쳐보기라도 하고 싶었지만 여전히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후와리, 네겐 조금 더 교육이 필요한 모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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