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24

콥스파티.

제목 및 인용은 Nirvana - Heart-Shaped Box





내가 약할 때 그녀는 파이시스처럼 나를 본다.


모리시게 사쿠타로는 저해상도의 스즈모토 마유를 바라본다. 마유의 사진은 아주 많이 가지고 있다. 폰카로 사진을 찍는 것이 습관이다. 다양한 것을 찍지만 대표적인 피사체가 스즈모토 마유다. 중학교 시절부터의 그녀의 성장이 하나의 폴더에 차곡차곡 사진으로 저장되어있다. 모리시게 사쿠타로는 그녀의 다양한 미소를 가장 많이 알고 있다는 자신이 있다. 천 개의 미소, 우주 유일의 태양. 당장이라도 머리가 이상해져버릴 것 같은 이공간 텐진초등학교에서 그 곧은 눈빛이 모리시게의 등을 떠민다. 나를 찾으라고 주시하는 눈빛. 시간이 지날수록 질책이 되는 눈빛. 언제까지고 마유를 혼자 둘거야?


그래서 모리시게 사쿠타로는 마유의 화면을 덮어씌울 새로운 사진을 찍는다. 선혈의 사진을 찍는다. 뭉개진 유해, 흩어진 장기를 찍는다. 찍으면서 피가 몰리는 것을 느낀다. 희열과 거의 동시에 죄책감이 올라온다. 모리시게 사쿠타로는 죄책감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운명처럼 벨소리가 울린다. OS가 고장났나? 중얼거리면서도 숙명적으로 그런 것이 아니라는 직감이 있었다.


보지 마.


보지 마.


마유의 내장 보지 말아줘.


마유로부터의 마지막 전언. 모리시게 사쿠타로는 웃고 울었다. 끝까지 핸드폰으로 들여다보았던 건 마유 뿐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이제야 저해상도의 화면을 뛰어넘어, 차원도 뛰어넘어 마유에게 닿을 때가 되었다. 휴대폰 액정 같은 유리창을 부순다. 어깨에 파편이 박히며 모리시게 사쿠타로는 생각했다. 마지막 한 조각까지도 스즈모토 마유의 조언에 빚지는 삶이었다고.


―영원히 그대의 조언 덕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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