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5

도쿄 뮤우뮤우

트리거워닝: 성희롱, 강간미수, 여성 캐릭터를 향한 강간모의 등등.... 여성혐오 주의


  킷슈는 오른팔로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 팔에 묻어있던 피가 이마에 옮겨 붙는다. 붉은 천을 감은 탓에 눈에 띄지 않던 색이 흰 피부 위에서는 아주 선명해진다. 킷슈가 짙게 웃었다. 금색 눈에 어두운 쾌감이 어려있었다. 발치에 걸리는 것은 걷어차버린다. 살과 뼈의 무게가 발에 채인다. 또 한 명의 인간이 달려든다. 그가 채 닿기 전에 먼저 명치에 팔꿈치를 가격한다. 그가 배를 움켜잡고 멈칫한다. 기습 작전이라도 되는지 등 뒤에서 어슬렁대는 남자를 코웃음하며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고 나서 정면의 머리에 주먹을 박아넣었다. 그가 휘청거리며 쓰러졌다. 방금 넘어뜨린 것이 꾸물거리며 일어날 기색을 보이기에 목을 콱 밟았다. 으스러지는 소리가 나고 움직임이 멎었다. 아마 죽어버릴 것 같다.


 “아아, 딸기 색이 잔뜩 묻어버렸네.”


 세 구의 몸통이 널브러진 바닥 한가운데에 선 킷슈가 베시시 웃었다. 역시 일반 인간은 연약하고도 연약하고 시시하구나. 무기는 꺼낼 필요도 없었다. 짐승 같이! 아아 인간들은 정말 짐승 같았다. 여러 의미로.


 그러니까, 킷슈는 어둠을 만끽하며 신주쿠의 골목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킷슈는 도쿄의 밤이 정말이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으슥한 담벼락에 몸을 기대고 밤 공기를 들이마시던 중 남자 셋이 접근해왓다. 그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건들건들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을 때까지도 킷슈는 아무 말 않고 어떻게 될지 관찰해보기로 했다. 이쁘장하게 생겼네, 꼬마. 킷슈에게 전혀 기쁜 말은 아니었지만 한낱 인간이 거들먹거리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흥미로웠다. 피부도 하얗고, 흐흐. 코스프레니? 옷이 너무 야하다. 하아, 흥분할 것 같아. (불쾌지수가 오르기 시작한다) 그런데 제일 예쁜 데는 다 가리고 있네. 그렇게 지껄이며 그가 킷슈의 윗옷 안에 손을 집어넣으려고 하던 순간 킷슈는 그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순진함 연약함 가련함을 연기하던 얼굴에 잔혹한 장난기가 번졌다. 그렇게 그날 밤 킷슈는 남자 셋을 짓뭉갰다. 정말, 이래서야 인간이 아니라 돼지 같잖아. 몸의 욕망에 휘둘리는 아이들.


 하지만 그것은 자신도 곧 마찬가지라는 것을 킷슈는 안다. 왜냐하면 인간의 피가 너무나도 달기 때문이다. 더 죽여버리고 싶다고, 몸이 소리친다. 그리고. 이치고, 이치고. 모모미야 이치고. 모모미야 이치고의 피에 취해보고 싶다. 이런 잡인간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단맛이겠지. 그것이야말로 신의 음료 암리타. 아니면 이치고를 다른 것으로 붉게 물들인다면. 빨간 입술에 입을 맞추고 더 아래의 붉은 살에도 입을 대어 얼굴까지 붉음이 오르게 하고 싶었다. 겨우 몸의 욕망에. 킷슈 역시.


 그러나 모모미야 이치고는 킷슈에게 무엇 하나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입술을 강제로 취하며 킷슈는 빼앗을수록 잃을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모모미야 이치고는 아오야마 마사야를 사랑한다. 그가 어떤 존재인지도 모른 채.

 

 그것을 떠올리자 밤하늘은 검정에서 짙은 파랑으로 색을 바꾸었다. 무거운 파랑이 내려서 킷슈의 가느다란 몸을 짓눌렀다. 이제 흥분은 온데간데 없고 진득한 우울이 기어올라온다. 말라붙은 피처럼. 그 아래에서 호흡할 수 없는 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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