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3)


카가미네 린 - 노말라이즈


앞쪽을 보고 있어도 아무도 보지 않는 사람들


앉은 의자는 뭔가 미지근한 감촉이 느껴져


창문의 저편에서는 보이지 않는 등불만이 드문드문

계속 바라볼 생각도 지금은 조금 없는듯해

 

 
아~ 어제, 오늘, 내일의 그 끝까지


평탄하고 느슨한 현상이 끝없이 이어져가

 

 


앞으로도 무의식을 노멀라이즈(정규화) 

 
아무것도 없는 듯한 일상, 돌고도는 달


깨달은 척하며 그 나름대로 굽이치면서

 
끝없이 계속 되는 길은 오늘도 보이지 않는 채로

 

 

 어른들이 말하는 대로, 앞쪽만을 보고서 당당히 살아가도 보아주는 사람같은건 없어.

그건 당연한게 아닐까. 운명같은건 믿지 않지만, 나, 카가미네 린이라는 사람은 그런 식으로 정의되어버렸으니까. '카가미네 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냐, 아니, 이하일지는 모르겠네. 주로는 아니지만, 가끔식 이하라고 정의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가능하면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의 사고방식따위엔

말려들고 싶지 않지만, 결국 그건 그들만의 사고방식에서 이 세상에서 '카가미네 린' 이 무엇인지에 대한 한치도 틀리지 않은 정확한 설명이 되어버려서 나조차도 도취되어버려.

 

 

 사는것조차 의미없게 느껴질 때마다,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 곳에 온다. 공식적으로는 '모두의 영역' 이지만 그렇지도 않은 이 곳. 그러니까, 정확하게 따지자면 내 영역은 아니다.

하지만 이 영역을 100%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조차 눈길을 주지 않는 이곳이니까,

나 하나쯤 눌러앉아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10m 도 못가서 익숙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거리는 장면을 풀사이즈로 볼 수 있는, 원래는 그닥 프라이버시가 지켜지지는 않는 장소이지만

그들은 이 곳을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바로 앞에 유리벽 한 장의 차이로 앞에 있다고 해도 귀찮게 설명할 일은 없다. 이 곳의 출입 역시 자유로우나,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

특별이 문을 걸어잠근다거나 하지 않는데도. 기쁜듯한 몸짓으로, 하지만 그와는 상반되는 무표정으로 방방 뛰어다니다가 지치면 벤치에 털썩- 하는 소리를 내며 걸터앉아. 햇살이 제법 강한 여름인지라, 의자의 따뜻함이 신체 안쪽 깊숙히까지 전해져온다.

 

 그러니까, 이 곳을 설명하자면, 그다지 넓지는 않은 정원, 그리고 그 끝에는 벤치와 작은 테이블이 있다. 그 옆에는 금붕어들이 서식중이다. 뚫려있기는 한 곳이지만,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반투명의 유리벽은 꽤나 높은 편이다. 그래서 높은 곳이라고 아래의 경치를 구경하는건 결국 불가능하다. 아래의 경치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이 시끄러운 도시의 한복판에서는 본능적으로 드문드문 반짝이는 등불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러나 보이지 않으니까, 그런 보이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는것에 감각같은걸 집중해서 느낄 필요는 없어. 마치 살아가는 이유를 연구하던 몇몇의 철학자들이 갑자기 공허함에 빠지듯. 아니면 조금 더 흔한 걸 예로 들자면, 계절에 따라서 날아오르기를 싫어해 많이 일찍은 아니지만 조금 더 일찍, 아무 생각도 없이 죽음을 택하는 철새라든가.

 

 아아-. 맑게 개인 하늘은 맑다 못해서 뜨거운 공기를 내뿜어.

가끔 오는 비조차도 평범해져버려. 그런 생각을 하면, 괜히 공허해져서, 한숨을 푸욱- 내쉬게 된다.

살아있을 이유, 살아있을 수 없는 이유, 의미있고 보람찬 것이 무엇인가 등등, 내게 그런것을 생각할 여유는 없다. 단지 그 끝의 '이유' 를 뺀 단순한 선택만을 할 뿐이다. 그러니까, '공부할 것이다' 라거나 '잘 것이다' 처럼 단순보다 더 단순한 것에서 '살 것이다', '죽을 것이다' 같은, 조금은 어렵지만, 그래도 끝의 '이유'를 뺀 상태에서는 단순해져버리는 그런 선택들. 그런 선택에서 선택 기준은 단 두 가지, '좋다' 와 '별로 흥미가 없다.' 가끔은 예외도 없지만 예외가 있다면 그건 '이유'까지 생각하는게 되어버려 복잡해지고, 그래서 나는 그런 건 자주 생각하려 들지 않는다. 특히, 그런 예외의 경우에서도 '남들' 에 대한 것은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자기 자신의 현상조차 만지면 금방 흐물흐물해져버려서 더더욱 망가져버릴 정도인데, 거기에다가 남들까지 신경쓸 마음의 여유는 없다.

 

 어려운 선택도, 쉬운 선택도, 산뜻한 봄도, 뜨거운 여름도, 청량한 가을도, 차가운 여름도.

그 모든건 결국 해답을 찾지 못한채 결국은 그 상태로 굳혀진 상태로 일상속에 쑤셔넣어져.

그런 일상조차 쉽게 질려버린다. 그리고 질려버린 일상속에 생기를 불어넣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규화시켜버린 음악도 그렇듯.

 

 그렇게 꽉꽉 채워진 일상인데도, 무언가 가장 중요한게 빠져있는건지 텅텅 빈 것만 같다.

꽉 찬 보름달도, 작아졌다가, 같은 주기로 다시 커졌다가, 다시 작아져서 결국 차있어도 차있는 것 같지 않게 되는것과 같이. 나도 모르는걸 깨닳았다고 속이고서 정열적인 척도 하면서, 일상은

결국 악순환을 계속해.

 

 그래서, 결국은 해답은 저 하늘위로 날아갔다는 거다.

그러면 날아간 대로 그것에 익숙해져서 나는 살아가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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