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26)

알고 있어도


"있지, 쇼짱-"

"네? 마쉬멜로 심부름이라면 사양하ㄱ...-"

"으응, 그게 아니라서..- 그냥 궁금한게 있을 뿐이야-!"

"하아?"

궁금해야 할건 저라고요, 뱌쿠란씨. 내가 왜 상사가 처리해야할 서류들을 처리하는것도 못해서

마쉬멜로 심부름까지 해가면서 당신 밑에서 일해야하는지.

제가 그냥 상사하면 안될까요..? 라고 생각할 정도다.

"쇼짱은 어째서 밀피오레에서 일하고 있는거야?"

궁금해야 할건 저라고요, 뱌쿠란씨. 내가 왜 상사가 처리해야할 서류들을 처리하는것도 못해서

마쉬멜로 심부름까지 해가면서 당신 밑에서 일해야하는지.

그리고 어차피 내일이면 안그럴겁니다. 저는 당신을 배신하고 속편하게 살겁니다.

"글쎄요.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그가 그의 품에 나를 꼬옥 끌어안았다.

나는 그를 밀쳐내고 검지와 엄지로 그의 턱을 들어올렸다.

"뭐하는겁니까, 상사."

"그 호칭 쓰지 말라ㄱ..-"

일순간에 나는 그를 넘어뜨렸다.

"그러니까 스킨쉽 금지라고요-!"

"다..단지.."

"단지 뭐요?!?!"

"작별인사.. 하고싶었어."

작별인사-, 작별인사-, 설마. 하지만 나의 슈퍼 계산력에 의하면 계산 결과는 하나 뿐이다.

그는 여태까지의 나의 작전을 모두 바늘처럼 꿰뚫고 있었다.

"그걸 안겁니까. 이건 제 계산에 들어가 있지 않았지만..-"

나는 품에서 단도를 꺼내들었다. 언젠간 뱌쿠란이 나에게 위급할때 쓰라고 준 것이다.

그렇다, 지금 나는 위급한 상황에 처해있었다.

"어째서 제가 이런 방법을 계산해내지 못했을까요."

나는 단도를 그의 목에 대어 그의 턱을 들어올렸다.

그는 아무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쇼..짱..."

뱌쿠란의 얼굴에 조금 불안한 미소가 띈다. 어째서 미소짓고 있는건가요. 화가 차밀어오른다.

"무서..워.."

"설마 그 말이 당신 입에서 튀어나올지는 몰랐네요. 네, '천하무적 뱌쿠란' 의 입에서."

천천히 그의 목을 날카로운 칼끝으로 긋기 시작한다. 뱌쿠란의 목에서 언젠간 그가 선물해주었던

아네모네꽃의 색의 피가 흐른다.

"언젠간 내가 선물해줬던 아네모네 꽃- 그 색이네.."

"짜증나게 제 생각을 읽지 마세요."

"쇼짱은, 그 꽃말을 알고있어?"

"관심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나이지만 사실은 관심 있다. 그가 항상 어린아이같은 말투로 말했었지만 항상

귀 귀울이고 있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하지만 분명 다음 생에는, 난 붉은 장미를, 정열적인 사랑을 선물하겠지-♪"

나의 볼에 투명한 액체가 흐른다. 계속 흘러 목을 건너고 셔츠를 적신다.

뱌쿠란의 보라색 눈에도 소량의 눈물이 흐른다.

"나도.. 이건 계산하지 못했으니까..- 쇼짱의 승리네.., 으윽...읏.."

뱌쿠란이 서서히 눈을 감는다. 보라색의 눈동자는 보이지 않는다. 그가 크게 미소짓는다.

그리고 몇 초가 흐르자 그 미소는 흐트러지고 그의 손에서 체온이 사라진다.

'무서...워..' 그의 목소리가 귓전에 울린다. 나의 목소리와 합해져 작은 화음을 이룬다.

무섭다. 그저 무섭다. 무서울 뿐이다. 들고있던 칼이 손에서 미끄러져내려 발에 박힌다.

서서히 아네모네의 색이 퍼져간다.

나는 용기가 없다. 지금 슬픔에 겨워 죽을 용기도, 그의 죽음을 인정하고 씩씩하게 살아갈 용기도.

모든 용기가 아네모네 색으로 번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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