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 15)


만약 자살에 실패한다면 니시키노 종합병원으로 이송되었으면 좋겠다




동반자가 아니므로 너에게 연락은 가지 않을 것이다 여느 때보다도 가까운 것도 모르고 연락을 받지 않는 내가 아주 멀리에 있는 줄로 알겠지


하지만 그걸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걸까




그날의 대기실을 떠올리면 언제든 죽을 용기가 생긴다. 그 순간의 내가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과 체념, 문득 중얼거린 "죽고 싶지 않아" 그대로 아무것도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기에 이제와서 죽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죽음은 죽지 않는 것보다 하나도 낫지 않다


고통은 피부처럼 익숙하기 때문이다 고작 고통을 회피하는 것에는 그다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유의미한 변화, 좋은 일을 원한다


그와는 반대로 드디어 땅 위로 되돌아왔지 익숙하고 숨 막히는, 만약에 조금 더 연기를 했다면 조금 더 떠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은 없는 신앙을 거짓으로 꾸며내는 교인 같은 일이다


천국에는 갈 수 없겠지만 갈 거라고 믿는 전능감, 그런 기분은 낼 수 있겠지




자살에 실패해서 니시키노 종합병원으로 이송되고 싶은 것이다




분명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테니까




바다가 보이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네 향기에 감싸여서 서서히 그리고 확실하게 죽어갈 수 있다면 분명 너를 망가뜨렸대도 행복하겠지


꿈에서라도 좋은 일을 원하니까


공교롭게도 너를 정말로 좋아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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