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3


1. Time is Running Out


 쥰은 늘 시간에 예민했다. 시간은 거스를 수 없이 절대적이며, 방심하면 모든 것을 헤집어놓는 첨예한 것이라는 것을 쥰은 아주 잘 알았다. 세상은 무지하게도 아주 느긋했지만, 쥰은 그들과 달랐다. 쥰은 시간에 익숙해지지 않고, 무뎌지지 않는다.

 포켓몬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신지의 발끝 정도밖에 미치지 못하는 트레이너가 그런 식으로 말했을 때, 쥰은 화가 났다. 포켓몬을 사랑하는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 정성을 다하고 싶은 것도 마찬가지.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시간의 무서운 점은 뭐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점이다. 강해지고 싶다고 생각했다면, 변하기 전에 움직여야만 한다. 강하고 싶다고 생각한 자신이 변하기 전에, 혹은 강함이 변하기 전에.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내일의 자신은 앞지를 수 없지만, 쥰은 달렸다. 10초 정도라면 앞지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10초 전. 9초 전. 8초 전…


2. 긴 햇빛 속에 있다보면


 히카리.

 코우헤이는 그 이름이 참 좋았다. 그 주인과 꼭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히카리는 참, 밝고 눈부신 사람이었다. 코우헤이는 그 사람이 참 좋았다.

 작은 인연이 자신과 자신의 삶을 얼마나 뒤바꾸어놓았는지, 그는 평생 모를 것이다. 예정조화처럼 평탄하게 흘러가던 삶에 당신이 얼마나 햇빛처럼 쏟아졌는지, 그러자 사각형 인공공간 같은 삶에 어떤 계절들이 생겨났는지. 당신은 평생 모를 것이기에, 코우헤이는 자신이 잘 하는 것을 하기로 했다―코우헤이는 펜을 들었다.

 ‘코우헤이’가 공평하다는 뜻인 것은 알고 계시겠지요. 십 년을 살아도 삶이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아서 포켓몬을 받고 여행을 떠나면 무언가가 생기리라 기대했는데, 여행을 떠나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아서, 그저 평이해서, 이름이란 참 중요하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히카리’를 만나고서 처음으로 그 단단한 삶의 균형에 균열이 생긴 거 있죠. 눈부시게 빛나는 당신을 생각하면, 역시 이름이란 참 중요하구나 생각하게 돼요.

 태그배틀 때, 당신을 처음 만나고서,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요. 그 이후로 당신이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요. 당신과 헤어지고 나서 계절이 참 느릿했는데, 여름에 만난 당신이 얼마나 기적 같던지. 더운 공기와 아지랑이 속 당신의 모습이 꼭 꿈처럼 지나갔어요.

 이제는 가을이 한창인데, 계절이 또 느려졌어요. 사실 지금껏 상대성이론에 그다지 공감하지 못했는데, 당신이 증명해주었어요. 히카리상. 지금도 당신은 열심히 하고 있겠지요? 저는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 또 당신과 만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렇게 하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전부 당신과 만나고서부터예요.



3. 아버지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 줘


 확 죽여서 묻어버리고 싶다. 화석이 되었을 때쯤 캐내어줄 의향은 있었다.

 생각을 털어버리려고 하듯이, 효우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런 생각은 화석에 대한 모욕이다. 게다가 이렇게 생각해버리면 평소에 다른 무언가가 화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것이 다 폭력적인 생각이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 화석은 효우타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라, 평소에 누군가가 화석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생각은 사랑하는 이들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란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토우간 그 자식은…… 죽여서 묻어버리고 싶다는 뜻이었다.

 화석을 캐기조차 싫은 날은, 무조건 토우간의 책임이었다. 화석에 대한 열정마저 놈에게서 물려받은 성질이라 생각하면 혐오스러웠다. 효우타의 표정이 어두운 날이면, 탄광의 작업원들도 알아서 그가 돌아갈 때까지 말을 걸지 않는 배려를 보였다. 쿠로가네시티에서 어느정도 지낸 사람들은 다 현 짐리더와 전 짐리더의 집안사정을 알았고, 누가 보아도 압도적으로 전 짐리더 쪽의 잘못이 컸다.

 ‘화석이 좋다!’ 하고 무식하게 외치곤 하는 아버지는, 그런 식의 고백으로 어머니와 결혼하게 된 것일까. 다음주는 결혼기념일이다. 효우타는 미오시티로 가서 토우간 녀석을 집으로 끌고올 생각이었다. 변명은 받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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